고대 이집트 왕의 송덕비인 로제타석(石)을 둘러싼 이집트와 영국간의 문화재 반환 전쟁이 재연될 조짐이다.자히 하와스 이집트 고유물관리 최고위원회 사무총장은 28일 "최근 영국을 방문, 로제타석의 한시적 대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로제타석의 반환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던 이집트의 입장에서 표면적으로 한발 물러서는 것이지만 받아들이는 영국측은 잔뜩 긴장하는 표정이다. 이집트가 빌려간 뒤 혹시 돌려주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2,000여 년 전 이집트왕 프톨레마이오스 5세의 송덕비인 로제타석은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가 됐던 인류의 문화재이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군 소속 병사가 1799년 나일강 어귀에서 발견했는데, 1801년 영국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프랑스가 평화조약 체결의 대가로 영국에 넘겨줘 오늘에 이르고 있다.
로제타석을 둘러싼 양국의 다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집트는 96년 존 메이저 당시 영국 총리에게 반환을 공식 요청하는 등 그동안 줄기차게 소유권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영국은 "이미 세계 공통의 유산이 된 만큼 '현재의 고향'에서 최고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매번 거부했다. 유네스코의 국제 협약도 1971년 이후 강제로 빼앗긴 유적에만 되찾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어 이집트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립적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로제타석의 반환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집트가 이번에 로제타석의 한시적 대여를 요구한 것은 이 같은 여론의 확산을 노린 고단수 전략일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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