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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떼인 연말정산 환급금 받을 길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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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떼인 연말정산 환급금 받을 길 막막하다

입력
2003.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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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씨는 올해 1월 퇴직한 H사로부터 연말정산 환급금 54만1,070원을 돌려받느라 검찰과 법원을 수 차례 다녀와야 했다. H사의 사장 박모씨는 갖은 핑계를 대며 연말정산 환급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김씨는 급기야 6월 25일 박씨를 업무상 횡령죄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김씨는 "H사에서는 퇴직 사원에게 연말정산 환급금을 주지않는 것이 관행"이라며 "국세청과 노동부가 서로 소관업무가 아니라고 발뺌하는 통에 소송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회사가 부도나 자금경색 등을 이유로 세무당국으로부터 받은 연말정산 환급금을 근로자에게 돌려주지 않는 사례가 빈발하는데도 별다른 피해 구제방법이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국세청은 떼 먹힌 연말정산 환급금을 일종의 체불임금으로 보고 피해 납세자들에게 노동부 소관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노동부는 '연말정산 환급금은 세금'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부도를 맞거나 불황으로 인해 임금을 제 때에 못 주는 업체는 통상 연말정산 환급금도 돌려주지 않는다"며 "경기가 장기침체에 빠지다 보니 연말정산 환급금을 못 받는 피해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월 부도법인수가 300∼500개 정도이고, 임금을 체불하는 기업은 이보다 훨씬 많은 실정이라 연말정산 환급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피해자의 수는 매년 수십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국세청 홈페이지의 세무상담 코너에도 사업주에게 떼인 연말정산 환급금에 대한 민원이 가장 많다.

그러나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모씨는 연말정산 환급금 180여 만원을 돌려 받기 위해 세무서에 문의했으나 "회사측에 이미 지급했기 때문에 간여할 수 없다"라는 답변만 받았다. 회사측은 직원들의 연말정산 환급금을 법인세 납부에 사용해놓고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연말정산 환급액은 급여와 함께 지급되므로 임금의 성격을 띠며, 이 돈을 못 받았다면 납세자가 개인적으로 회사에 독촉해야 한다"며 "세법에도 연말정산 환급금을 해당 직원에게 돌려주도록 회사측을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납세자연맹 김 회장은 "국세청의 세금 환급 업무는 원천징수의무자인 사업주에게 환급액을 주는 일만이 아니라 납세자 개인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감독하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국세청의 적극적인 관여를 촉구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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