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6연패를 달성하기 위해 다시 돌아올 것이다(I'll be back for sixth)." '암 정복자' 랜스 암스트롱(31·미국)이 또다시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남긴 말이다.암스트롱은 28일(한국시각)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막을 내린 2003프랑스도로일주 사이클대회(투르 드 프랑스)에서 종합기록 83시간41분12초로 97년 우승자 얀 울리히(독일)를 61초 차로 제치고 대회 5연패(連覇)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대회 5연패를 이룬 선수는 미구엘 인두라인(스페인·1991∼ 95) 뿐이고 5회 우승을 기록한 선수도 인두라인 포함, 4명에 불과하다.
96년 생존률 50%라는 고환암을 딛고 일어선 암스트롱에게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었다. 암스트롱은 23일간 3,427.5㎞(서울∼부산 4번 왕복거리)를 달려 인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투르 드 프랑스에서 대회 초반 복통에 시달렸고 중반에는 폭염 속에 피레네산맥을 넘다 탈수증세로 체중이 5㎏이나 빠지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매일 매일 마라톤을 3주간 하는 경기라고 일컬어지는 이 대회에서 탈수증세는 사실상 경기포기를 의미하는 것.
젊은 선수들도 50명이나 나가 떨어질 만큼 혹독한 레이스였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사이클이 브레이크 오작동을 일으켜 기록을 한참 까먹어도 웃어 넘겼고, 평소 3분 이상 격차를 벌리며 우승을 확정 짓곤 하던 피레네산맥 구간에서 울리히에 불과 15초 밖에 앞서지 못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어쩌면 암 전이로 폐와 뇌 일부까지 잘라낸 그에게 이 어려움은 '작은 시련'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는 15구간에서 넘어졌을 때 경쟁자 울리히가 기다려주는 스포츠맨십을 발휘한 덕분에 격차를 1분5초로 벌리며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암스트롱은 평균시속 40.94㎞의 신기록을 세우며 투어를 완주, 정당한 우승임을 과시했다.
최고속도 우승, 최다기록차 우승, 최다연패 기록을 세운 암스트롱이 33세 생일을 두달 앞둔 2004 대회에서도 우승할 경우 최고령 6연패라는 또다른 금자탑을 쌓게 된다.
"내가 있을 곳은 사이클 안장"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는 며칠간 휴식을 마치고 곧바로 6연패를 위해 담금질에 나설 계획이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