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편견에 좌절하기보단 월등한 실력을 쌓아 떳떳이 겨뤄야 합니다." 혼혈아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견디다 못해 18년 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던 벤자민 윌커슨(47·한국명 박타미·사진)씨는 자신과 똑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혼혈아동을 격려하기 위해 지난 19일 다시 고국을 찾았다.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윌커슨씨는 어린 시절 혼혈아를 바라보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냉대를 오직 실력으로 이겨내겠다는 일념으로 버텨냈다. 1976년 공고를 졸업한 뒤 반도체 회사에 입사, 야간대학을 졸업했고 발명특허를 획득한 전자회로를 설계한 공로로 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승진, 인사에서 혼혈인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물을 먹자 그는 결국 85년 미련없이 미국행을 택했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의 '혼혈인 특별이민법' 통과에 힘입어 도미하였지만 미국 역시 한국과 다름없는 또다른 편견과 차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혼혈인 소수자로서 현지 한국합작회사의 입사를 거부당하는 등 수차례 좌절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마저 절망하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각오로 고생한 끝에 마침내 컴퓨터전문가로 성공했다. 도미 5년 만에 미국인 친아버지를 만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었다. 미국 IBM사에 입사, 현재 CPU 설계매니저로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는 그는 5년 전부터 자신과 같은 처지로 고통받는 한국내 혼혈아동들을 후원해오고 있다. 방한 이틀째인 21일 자신이 후원하는 혼혈아동 2명의 가정을 방문한데 이어 23일에는 펄벅 인터내셔널 한국지부가 주최하는 혼혈아동 여름수련회에 참석해 2박3일 동안 이들과 함께 지내며 격려했다. 윌커슨씨는 "혼혈아들은 사회의 편견에 맞서기 위해 다른 사람의 두몫, 아니 열몫을 할 각오로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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