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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 No!/부유층 겨냥 "노화클리닉"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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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 No!/부유층 겨냥 "노화클리닉" 뜬다

입력
2003.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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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의원. 고급스런 소파와 실내장식,VIP용 환자 대기실, ID카드를 넣으면 처방된 운동량과 강도를 알아서 정해주는 운동기구, 간단한 사무를 볼 수 있는 비즈니스 센터, 스파와 와인바까지…. '여기 병원 맞아?'는 물음이 절로 나온다.

소독약 냄새가 나기는커녕 호텔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의료기관이 생기고 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가 아니다. 최근 의료계의 핫 이슈인 노화방지 클리닉이다. 요즘 서울 강남권에 가면 비만클리닉과 함께 눈에 자주 띈다. 이들 노화방지 클리닉 중에서도 몇몇은 고가의 검사와 개인별 맞춤처방으로 이른바 '귀족 마케팅'을 펼쳐 급속히 입소문을 타고있다.

미국 클리닉의 프랜차이즈인 제롬 크로노스와 세너제닉, 프랑스 프랜차이즈인 신 클리닉(라 클리닉 드 파리) 등이 현지의 분석-처방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왔고, 국내파인 라 주네스, 권용욱 노방클리닉, 클리닉 9 등도 생겼다. 모두 최근 1년여 사이에 문을 열었다.

호텔 같은 병원

노화방지는 부유층 시장을 겨냥한 신개념의 의료서비스다. 일단 '생체 나이'를 측정하는 검사비만 최고 300만∼400만원이 든다. 제롬 크로노스와 신 클리닉은 혈액과 소변 시료를 각각 미국과 프랑스 본사로 보내고, 세너제닉은 일부만 일본에서 분석한다.

혈압, 혈당, 암표지자검사, 콜레스테롤수치, 간수치 등 일반적 건강진단 내용뿐 아니라 정밀한 호르몬수치, DNA 손상 정도까지 많게는 960항목이 분석된다. 이를 토대로 식생활·운동처방을 받고 각종 영양제와 호르몬제를 제공받는데 연간 2,000만∼3,000만원이 든다. 라 주네스는 가입비 1억원을 5년 거치하고 200만원의 연회비를 내는 회원에게 검사부터 처방, 라운지 이용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유층 기업인 주 고객

이런 클리닉을 찾는 고객들은 경제능력을 갖춘 40∼60대 기업경영인과 배우자가 70% 이상이고 부동산임대 사업자, 변호사, 목사 등도 포함돼 있다.

미국의 경우 할리우드 스타와 운동선수가 노화방지 치료의 첫 대상이었다. 즉 병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부유층이다.

이들은 "몸이 예전같지 않다" "어딘지 모르게 피곤하다"고 호소한다. 클리닉을 찾아와 호르몬제를 주사하고 영양제를 먹은 후 "골프 여행을 가서 36홀을 돌고도 거뜬했다"거나 "성생활이 왕성해졌다" "아침에 일어날 때 개운하다"고 말한다.

노화방지 클리닉의 치료 목표는 '최적 건강'이다. 병이냐 정상이냐를 구분하는 병원 검사를 기준으로 하면 수백가지나 되는 검사는 '불필요한 과잉진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클리닉들은 "정상범위 안에 있더라도 미래의 위험도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의사들 관심도 뜨거워

환자도 환자지만 개업을 하려는 의사들의 관심도 뜨겁다. 최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가 개최한 노화방지의학 전문의 연수에는 여느 연수의 2배가 넘는 400명 안팎의 의사들이 몰렸다. 5월 한 노화방지 클리닉이 개최한 연수에도 200명이 참석했다.

비보험 진료과목인 노화방지부문이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개업 모델로 떠오른 데다가 '여유로운 진료'가 풍기는 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재활의학과 출신의 한 의사는 "대학병원의 통증센터에서 하루 150명의 환자를 보았지만, 노화방지 클리닉에서는 한두 달에 한번씩 진료하는 환자 60명만 유지하면 된다. 환자 한명 한명에게 헌신할 수 있고 수입도 만족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클리닉 격차 따져야

그러나 "노화방지는 현재 임상시험중"이라는 한 의사의 말처럼 노화방지 부문은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면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노화 전문'간판을 건 수많은 클리닉들이 사실상 한두가지 호르몬치료만 하는 곳이 많다.

토털 케어를 제대로 하는 노화방지 클리닉 사이에도 차이는 있다. 외국계 클리닉들은 혈액·소변 채취만 해 외국에 분석을 일임하는 반면 라 주네스는 병원급 검사장비를 갖추었고 한국인 데이터를 토대로 한 자체 생체연령 분석시스템을 자랑한다.

신 클리닉의 경우 최고 960항목을 검사하는 반면 검증된 최소한의 검사만 하겠다는 권용욱노방클리닉의 경우 100만원 정도 하는 수십가지 검사에 그친다. 정립된 프로토콜이 아직 없다 보니 비용 대비 효용에 대해 환자가 스스로 따져봐야 하는 실정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예방의학 정수" vs "검증안된 사기"/노화방지 의학 평가 극과극

노화방지 의학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활기찬 노년을 보장하는 예방의학의 정수"라는 찬사가 있는가하면 2000년 사이언스지에 일군의 생물학자들이 발표했듯 "사기"라는 비난도 거세다. 각종 '비방'에 대한 논란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것이다.

클리닉마다 차이는 있지만 처방의 주내용은 결국 호르몬과 영양제로 축약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장호르몬, 남·녀 성호르몬, DHEA, 멜라토닌 등 호르몬 비타민 A, C, E 등 비타민 셀레늄, 크롬 등 미네랄 글루타민, 카르니틴, 아르기닌 등 아미노산 CoQ10, 인삼, 버섯 등 천연 추출물이 '항노화 약물'이다. 클리닉에서 진단을 받으면 성장호르몬을 주 3∼6회 주사하거나, 성호르몬을 바르거나 먹고, 비타민 미네랄 등이 농축된 알약을 하루 한 웅큼씩 먹게 된다.

이중 가장 일찍, 또 대표적으로 대두된 약물은 성장호르몬. 효과는 극적이지만 양면의 칼날을 갖고 있다. 근육이 붙고, 지방이 빠지며, 활기를 느끼는 등 보고된 효과는 수없이 많다. 반면 호르몬수치가 정상인 사람에겐 효과가 없고, 종양이 있는 경우 이를 급속히 진전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때문에 암 검진을 소홀히 하면 위험하다. 이밖에 멜라토닌, DHEA 등 일부 호르몬은 국내 식약청이 아직 허가하지 않은 품목들이다.

비타민이나 미네랄 처방은 학계의 뜨거운 관심사인 항산화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포 차원에서 이 성분들이 활성산소를 차단, 세포의 노화를 막는다는 근거는 많다. 그러나 복잡한 대사과정의 총합체인 인체에서 궁극적으로 항노화 약물이라는 임상적 확증이 부족하다.

각종 아미노산은 인체 내에서 항산화작용과 다양한 조절기능을 하는 중요한 물질이나 먹은 뒤 대사과정에서 변형되기 때문에 항노화 약물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약물치료가 노화방지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항노화 비법의 90%는 매일 1시간 유·무산소 운동을 하는 것, 하루 30종류 이상 식품을 섭취하는 것, 제때 먹고 자고 일어나는 규칙적 생활이라는 3대 원칙으로 충족된다"고 말한다. 같은 병원의 유태우 교수는 건강하게 장수하는 1, 2번째 원칙으로 "암과 만성질환을 조기 예방·관리하는 것"을 들었다. 수천만원을 들이지 않고도 노화를 막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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