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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시간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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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시간 쇼핑

입력
2003.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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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에는 돈이 든다. 물건이 돈이라는 것은 한시도 잊어버릴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물건을 살 때마다 우리는 지갑을 열고 돈을 지불한다. 물건이 들어오고 지갑이 얇아진다.그런데 물건을 사는 순간 시간도 지불하게 된다는 사실은 쉽게 간과한다. 예를 들어 서점에서 만 원짜리 책을 사면 우리는 그 책을 읽을 시간도 채무의 형태로 지불하게 된다. 당장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 책은 언젠가 우리의 시간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읽지 않고 꽂아두어도 그것은 언젠가 시간을 잡아먹게 된다. 왜냐하면 책장 정리, 이사, 재활용, 판매와 같은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책을 사지 않았다면 들지 않았을 시간이다.

컴퓨터 게임은 어지간한 책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옷도 그렇다. 입어보고 세탁하고 말리고 다리고 다시 입는 시간이 든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물건을 살 때마다 마음 속으로 마이너스 세 시간, 마이너스 여섯 시간, 마이너스 삼십분. 이렇게 되뇐다고 한다. 시간을 절약해준다는 전자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설명서를 읽고 사용법을 익히고 옛날 것을 갖다 버리느라 하루가 간다. 이런 경우 시간이 돈이 아니라 돈이 시간인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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