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는 27일 정전협정 50주년을 맞아 '미국이 보지 못하는 나라'(The Country America Cannot See)라는 제목으로 소설가 이문열(사진)씨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다음은 요약.태평양 전쟁이 끝나던 해 북쪽에서는 기민한 후원자 덕에 약속된 바를 획득했다. 그러나 남쪽에서는 제국주의적 시혜자의 어설픔과 혼란 때문에 강력한 민주주의로 발전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남한에서는 표현과 사유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 높아졌다. 이 두 가지 요소가 한국전쟁의 토대가 됐다. 남한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의 결핍과 과다한 사회적 개방성이 공산주의가 강력하게 성장하는 자양분이 됐다. 그들이 만들어 낸 혼란과 테러 행위로 내전은 불가피하게 됐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가? 나는 우리가 한국전쟁 직전에 겪었던 불안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불안은 통일과 정치·경제개혁에 관한 남한 내 좌·우파의 첨예한 다툼을 보면 여실해진다. 양쪽의 선동가들은 일상적으로 상대방을 악으로 규정한다.
불안은 한국인들 사이에 널리 번지고 있는 강력한 반미감정에서도 드러난다. 한국 대학생들은 남한 해군 5명이 북한 해군의 공격으로 죽은 것에는 분노를 별로 느끼지 않았지만 미군 궤도차량에 한국 소녀 둘이 죽은 것에는 극도로 분노했다.
역사학자 페어뱅크가 "미국은 태평양전쟁에서는 중국을 위해 일본과 싸웠고, 한국전쟁에서는 일본을 위해 중국과 싸웠다"고 설파했듯이 미국은 자신들의 의식 속에서 한국을 중국이나 일본의 일부로 인식해 왔다. 휴전협정을 조인하는 자리에 중국과 북한은 있어도 별도의 한국은 없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한 베이징 회담에서도, 남한은 없었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미국은 자신들의 의식 속에 한국, 특히 남한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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