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기업 최고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올해 경영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힌 것은 중국이었다. '세계의 공장'뿐 아니라 '세계의 시장'으로도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올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중국을 방문한 한국 기업인들은 중국이 우리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상(商)자가 중국 고대 商 나라의 사람들에서 유래했듯이,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장사에 강한 민족이라고는 하지만, 불과 20여 년 만에 사고방식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세계가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돈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얼마 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530억달러 상당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중국은 비OECD 회원국이지만 2000년 이후 외국인 직접투자가 매년 두 자릿수로 급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이 늦어도 2050년에는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되든지, 아니면 최소한 일본을 능가해 2위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 3박4일이라는 짧은 기간 중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 마디로 놀랐다는 것으로, 일부에서는 '중국 쇼크' '상하이 충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며, 상하이 사람들의 자유로운 사고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상하이 출신이 쓴 글에 이런 것이 있다. 2∼3개월 간격으로 고향을 찾을 때마다 도시가 너무 변해서 길을 찾기가 힘들었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도 우리가 너무 몰랐던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 중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외국 학생 중 한국인이 가장 많다. 베이징 국가유학기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중국 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8만5,829명으로, 이 가운데 한국인은 전체의 42%인 3만6,093명이었다. 2위인 일본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정부는 얼마 전 내년부터 2008년까지 학사 석사 박사급 중국 전문가 2만2,000명을 양성할 방안이라고 밝혔다. 박사 학위 이상 500명은 고도의 중국 전문가로, 학사 석사급은 일반 중국 전문가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니 기대가 크다. 중국은 기회인가, 위기인가. '중국 쇼크'가 쉽게 잊혀지는 여행 감상문이 된다면 다음에 중국을 방문할 한국 대통령은 정말로 할 말이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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