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벌거숭이다. 주민등록 번호 하나면 한 개인의 신상에 관한 모든 정보와 비밀을 조회 당할 수 있다. 차를 몰고 나서면 속도위반을 감시하는 카메라가 곳곳에 눈을 부릅뜨고 있고, 은행이나 슈퍼마켓 같은 곳에서는 모르는 새 일거수일투족을 촬영 당한다. 전철이나 사무실·접객업소 등에서 여성의 속살이나 개인의 비밀을 노리는 몰래 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의 존재가 노이로제가 된 지 오래다.그런데 이번에는 서울시 전역에 폐쇄회로(CC) TV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이명박 시장은 지난 주 구청장협의회를 주재하면서 길거리 감시 카메라 덕분에 범죄발생이 줄어든 강남구의 사례를 들어 서울 전역에 이를 확대시킬 필요가 있으며, 설치예산의 50∼70%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범죄만 막을 수 있다면 시민의 프라이버시야 어떻게 되든 좋지 않으냐는 발상이다.
강남구에서는 올해 1월 우범지역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범죄가 40% 이상 줄었다고 한다. 그것은 믿을 수 있는 통계다. 그러나 그 지역만 줄었을 뿐 다른 지역도 감소한 것은 아니다. 영국의 사례연구를 보면 감시지역 범죄만 줄 뿐, 전체 범죄건수에는 영향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카메라가 없는 곳은 범죄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남에 설치된 카메라는 360도 회전이 가능하고 12배 줌 렌즈 기능까지 있다. 행인들의 얼굴표정까지 찍히는 카메라가 서울 전역에 설치된다면 사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운영자가 카메라 방향을 틀어 아파트 창을 통해 안방을 들여다볼 수도 있고, 정치 사회적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범죄를 예방하는 기능은 분명 매력을 느낄 만하다. 그러나 모든 시민이 24시간 고성능 카메라로 사생활을 감시 당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CCTV 설치를 인권침해로 규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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