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희상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와 정의화 부총무가 4자 회동을 가진 뒤에도 이른바 '영수회담'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24일 밤 회동 직후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회담 원칙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문 실장은 25일 오전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한나라당도 "청와대측이 '야당 대표를 안 만나겠다는 게 아니라 영수회담이라는 용어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라고 해명했고 우리는 이를 수용한 것일 뿐"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청와대측이 "국회 다수당 대표가 원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회담 성사에 미온적인 이유는 회담에 임하는 한나라당의 의도를 곱지 않게 보기 때문이다. 유인태 수석은 "회담을 하자고 하면서 대통령의 신당 불개입, 당적 이탈 등을 들고 나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 측에서는 또 최 대표가 9일 대구에서 "노 대통령을 솔직히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말한 데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의 '험담'에 동조한 것과 관련해서도 마음을 풀지 못하고 있다. "선명 보수를 자처하는 최 대표가 맺고 끊는 리더십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여전히 '반사이익'에 기초한 정치를 하고 있어 실망스럽다"는 기류도 만만치가 않다. 의미 있는 회담이 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더 허심탄회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청와대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노 대통령의 신당 불개입, 당적 이탈 등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적이 없다"며 오히려 청와대측의 '감정적' 대응을 못마땅해 하는 눈치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측은 "우리는 민생, 경제, 북핵 문제 등에서 초당적 협력을 할 용의가 있다"며 "우리가 먼저 제의했는데 청와대에서 반응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청와대 쪽으로 공을 넘겼다. 이 같은 상태로 보아 노 대통령과 최 대표의 회담이 이른 시기에 성사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양측이 모두 회담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의 협조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점증하는 시기에 회담이 모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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