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무원이 역 구내 승강장의 안전선 밖에서 위태롭게 놀고 있던 어린 아이를 구하고 40㎝아래 선로 위로 떨어진 뒤 진입하던 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해 왼쪽 발목과 오른쪽 발등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25일 오전 9시9분께 서울 영등포역 경부선 하행선구간에서 10세 가량된 어린이가 승강장 중간 부근의 안전선을 벗어나 선로와 인접한 곳에서 놀고 있는 것을 이역 열차운용팀장 김행균(42)씨가 발견했다. 김씨는 때마침 오전 9시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으로 가는 새마을호 제11호 열차가 영등포역에 정차하기 위해 역 구내로 진입하는 것을 보고 10여m를 곧장 뛰어가 어린이를 승강장 안전선 안쪽으로 끌어냈다. 그러나 김씨는 어린이를 끌어낸 뒤 중심을 잃고 선로 위로 떨어졌다. 김씨는 급히 몸을 굴려 반대편 선로로 넘어가려 했지만 진입하던 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했다.
김씨는 119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가던 도중에 잠깐 의식을 되찾자 "아이는 괜찮냐"며 끝까지 어린이의 안부를 걱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살신성인 덕분에 목숨을 구한 어린이와 그 보호자는 철도청이 사고 열차와 역내에서 이들을 찾는 안내방송을 했지만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사고 열차를 타고 떠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79년 철도고를 졸업한 뒤 부산진역 수송원으로 철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지난 4월부터 영등포역에서 열차운용팀장으로 일해왔으며 사고예방 기여 공로로 3차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철도청은 김씨의 회복 상태를 지켜본 뒤 계속 근무토록 할 방침이나 철도업무가 불가능할 경우 공상자로 처리, 홍익회 등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영등포역 관계자는 "김 팀장은 남달리 사명감이 투철했다"며 "노모와 아내, 두 자녀를 데리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오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는 영등포역 인근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신촌연세병원으로 옮겨져 접합수술을 받았다. 담당 의사인 권기두 정형외과 과장은 "다행히 신속하게 수술을 받아 절단된 발목은 다시 기능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고성호기자 sungh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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