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초 일정을 1주일 앞당겨 24일 전북 부안군 위도를 원전수거물(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부지로 최종 확정한 것은 부안군 주민들의 반대시위에도 불구, 포화상태에 이른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확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정부는 남은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한편, 주민 지원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안군민들의 유치반대 시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데다, 전국의 시민·환경·종교단체들이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진 안정성 '우수'
정부와 학계 등 각계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부지선정위원회(위원장 장인순)는 6월초부터 40여일간 지질·지진 등을 포함한 자연환경조건과 사업추진여건 등 17개 항목을 A∼E 등 5단계로 나눠 평가했다. 그 결과 위도는 지질분포, 지하수 영향도, 지진 안정성 등에서 'B'로 평가 받는 등 전체적으로 평균 'B' 정도의 양호한 성적을 받았다.
그동안 쟁점으로 부각됐던 항목은 지진 안정성. 부안군이 지역구인 민주당 정균환 원내총무는 "부안은 1979년 이후 최근까지 10여 차례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한 활성단층"이라며 "활성단층에 핵 폐기물 시설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정부 기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 위원장은 "위도에는 활성단층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최근 20여년간 부안군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서너 차례에 불과했다"며 "국내 지진 발생 건수가 연간 20회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부안군에서 대형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평균 이하"라고 반박했다.
내년 7월 법적 효력 발생
정부는 부지 선정이 확정됨에 따라 내년 7월까지 정밀지질조사 및 사전환경성 검토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도 활성단층이 발견되지 않거나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위도를 법적 효력이 인정되는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한다.
이어 부안군과 협의해 2006년 9월까지 토지매수, 각종 인허가 취득, 건설 기본계획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연대시위가 최대 걸림돌
앞으로 가장 큰 걸림돌은 부안군 주민들의 거센 반발. 현재 위도 주민 1,468명 중 90% 이상이 유치에 찬성하고 있지만, 부안군민들은 여전히 반대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34개 시민·사회·종교단체로 구성된 '핵 폐기장 백지화·핵발전소 추방 범부안군민 대책위'는 정부가 설치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총력투쟁을 벌인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서울 등 다른 지역 단체들까지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확보의 시급성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부안군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는 '당근책'도 준비 중이다. 부안군은 변산국립공원의 축소와 관광골프장 2곳 설립,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 이전, 전북대 분교의 설립, 당초 동해와 서해안 2개 지역을 선정할 때 주기로 한 특별지원금(각 3,000억원)의 전액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 유치선정과정 문제점
원전수거물 관리센터 유치 신청 후 잠잠했던 전북 부안 군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민들은 먼저 사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부안군과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유치 신청을 앞두고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등의 사전 정지 작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영광이나 고창 등의 지역에서는 수십 차례에 걸쳐 토론회와 설명회가 열렸으나 부안 지역에서는 공무원은 물론 지역 주민을 상대로 한 공청회 등이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 이는 원전센터 유치 신청을 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부안군에 '핵 폐기장이 들어오면 여자는 방사능 때문에 시집도 못간다' '양성자가속기 사업은 핵 폐기장의 피해보다 더 무섭다' 는 등의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종규 부안군수가 줄곧 원전센터 유치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 하루아침에 돌변, 11일 유치신청을 전격 발표한 것을 놓고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김 군수는 "유력한 후보지로 생각했던 군산 신시도가 지질 부적합 판정을 받아 서둘러 신청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강현욱 전북지사의 설득작업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군산시의 포기선언으로 원전센터 전북 유치 무산을 우려한 강 지사가 10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김 군수를 만나 설득작업을 벌여 결단을 받아냈다"고 털어놓았다. 더욱이 김 군수는 신청 후에도 군청 직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이나 양해를 구하지 않아 군수를 적극 도와야 하는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원전센터 반대에 앞장서는 사태까지 몰고 왔다.
/부안=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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