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늦깎이다. 보통 19세에 시작하는 대학생활을 21세에 했고 군복무를 24세에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졸업을 앞둔 지금 내 나이는 만 28세이다. 이른바 일류대가 아닌 대학에 8년째 다니고 있다. 남보다 조금이라도 앞서는 것이 미덕이 된 사회의 기준으로 볼 때 나는 늦어도 한참 늦은, 그래서 뒤쳐진 사람인지도 모르겠다.30대를 코앞에 둔 나에게 세상은 취업과 결혼이 인생의 전부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친구나 친척을 만나면 "취업은 했느냐" "사귀는 여자는 있느냐. 결혼은 언제 할 예정이냐"고 물어본다. 내가 지금 어떤 고민이 있는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생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묻지 않는다.
나는 내년에 취업하는 대신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다. 대학원을 선택한 것은 취업난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기 위해서다. 나는 학자가 돼서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법칙을 이론화하고 싶다. 내 계획을 듣는 동료들은 농반진반으로 "늦은 나이에 대학원까지? 어느 세월에?"하고 놀라워 한다.
요즘 나는 학비와 용돈이라도 벌어보기 위해 몇 군데에 아르바이트를 지원했지만 나이 때문인지 연락이 오지 않는다. 회사 담당자는 적지 않은 나이에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찾아온 나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곤 한다.
심지어 어떤 곳은 아예 나이 제한을 둬서 아르바이트를 지원조차 못하게 한다. 나이에 관한 편견은 젊은 사람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간혹 여자 후배들에게 소개팅을 부탁하면 "소개팅은 무슨…, 맞선이지…"하고 핀잔을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이건 아닌데…. 나는 스무살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내가 목표로 하는 길을 걸어왔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세상은 나를 철없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유는 한가지다. 또래 나이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의 의지로 조절하지 못하는 나이가 나를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공간을 좁혀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을 보면 무척 반갑다. 사회가 규정하는 일반적인 가치를 거부하고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또래를 만나면 반갑다. 나는 그들과 함께 세상에 외치고 싶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 수 영 성공회대 신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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