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인기를 끈 드라마의 후속작은 십중팔구 실패한다.' 방송가에 전해지는 징크스다. 올 상반기 최고의 히트작인 SBS '올인'의 후속 '술의 나라'가 그랬고, MBC '인어아가씨'의 뒤를 이은 '백조의 호수'도 대대적인 홍보 전략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반응이 신통치 않다.35%를 웃도는 시청률로 막을 내린 '옥탑방 고양이'의 바통을 이어받아 28일 첫 전파를 타는 MBC 월화드라마 '조선여형사 다모(茶母)'(극본 정형수, 연출 이재규)는 어떨까. 23일 시청자 초청 시사회에서 첫 회를 미리 만나 본 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 열기가 안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현란한 액션 등 풍부한 볼거리와 탄탄한 이야기 전개, 배역에 몰입한 배우들의 호연 등이 어우러져 일단 '청신호'를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방학기의 동명 만화를 각색한 '다모'는 여러 모로 실험성 짙은 작품이다.
우선 이야기 소재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모는 조선시대 관가에서 차 심부름하던 노비로, 의금부 포도청 등에서 '여형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다모'는 역모에 휘말려 집안이 풍비박산난 뒤 다모의 길을 걷게 된 채옥(하지원)과 서자 출신의 포도청 종사관 황보윤(이서진), 혁명을 꿈꾸는 화적 두목 장성백(김민준)의 엇갈린 운명과 비극적인 사랑을 줄기로, TV에서는 보기 드문 화려한 액션과 흥미진진한 조선시대 수사 비화를 버무려 기존 사극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HD(고화질) 드라마로, 미니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영화와 같은 16대9 화면 비율로 방송한다는 점도 파격적이다. 일반 TV로 보면 화면 아래 위에 검은 띠가 그어져 답답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제작진은 HD 특성을 살리기 위해 모험을 강행했다. 또 미니시리즈로는 드물게 7개월여의 사전 제작기간을 거쳐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원래 전편을 사전 제작할 예정이었지만 12부로 기획됐던 작품이 제작 과정에서 14부로 늘어나 현재 마지막 2편을 촬영중이다.
예고편에 선보인 채옥과 성백의 대나무 숲 결투 장면으로 시작되는 첫 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 좀더 생생한 화면을 잡아내기 위해 헬기와 대형 크레인은 물론, 초경량 비행기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채옥이 규방 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출동하는 대목에서 화면을 빠르게 돌렸다 정지시켰다 반복하거나, 위조 엽전 수사를 위해 염탐을 나선 채옥이 봇짐을 날치기 당하는 대목에서 시장통 사람들을 모두 스톱모션으로 멈춰 세운 채 그 사이로 S자를 그리며 날쌔게 도망치는 날치기꾼의 뒷모습을 잡는 등 만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편집 기법도 이채롭다.
이번 작품이 입봉작인 이재규 PD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는데 당초 목표의 70% 정도밖에 달성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도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무협 활극으로 소개되기는 했지만 실은 멜로에 역점을 뒀다. 굳이 장르를 말하자면 '무협 멜로'라고나 할까. 20∼40대 남녀 시청자를 모두 잡고 싶다." 그의 욕심대로 '다모'가 정통 멜로를 표방한 KBS2 '여름향기', 여전히 남성 시청자의 호응이 높은 SBS '야인시대'를 제치고 '옥탑방 고양이'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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