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자율적인 공정경쟁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대기업들이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하도급대금 지급, 납품단가 결정등에서 중소기업에게 횡포를 부려온 것을 시정하고, 중소 기업들도 공정하고 깨끗한 경쟁을 하겠다는 결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개별 기업 차원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윤리경영, 투명경영이 전체 재계 차원으로 확산되는 의미로 공정거래 정착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기업들을 회원사로 거느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3일 전경련 회관에서 대기업과 중소협력업체 임원 등 1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윤리·정도경영 확산을 위한 하도급거래 공정화 실천간담회'를 갖고 공정한 하도급 관행을 준수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선포했다.
대기업 회원사들은 이 결의에서 하도급대금은 물품이나 상품권으로 지급하지 않고, 최대한 현금결제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어음 결제 때 지급기일 준수 납품대금의 부당한 인하 자제 수급사업자와의 계약 내용 준수 및 일방적 발주 취소·변경 억제 발주자로부터 받은 선급금의 규정기일(15일) 이내 지급 등에 노력키로 했다.
전경련 현명관 부회장은 "공정한 하도급거래의 정착과 원활한 협력관계를 통해 공동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면서 "1, 2차 협력업체의 축적된 힘은 곧바로 모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도 이날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30여개 관련업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소프트웨어산업 공정경쟁실천운동 선포식'을 갖고, 업체간 저가 수주경쟁 및 대-중소기업간 과당 경쟁을 자제할 것을 다짐했다.
SI업계는 올들어 수십억원대 공공사업이 1원에 낙찰되는 사례가 빈발하는 등 덤핑입찰로 경영난을 겪어왔다. 이날 결의는 고질적인 저가입찰 경쟁이 업계 전체의 공멸을 가져온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어 이뤄지게 된 것.
현대홈쇼핑도 이날 개별기업 차원에서 공정거래관련 법률을 지켜나가겠다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중소업계 "실천이 중요"
중소협력업체들은 대기업들의 공정경쟁 다짐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이벤트위주의 선언문 발표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월공단에서 자동차 엔진부품을 생산하는 E사 김모(60)사장은 "결의문 하나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오랜 종속관계가 단번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언적 의미에서 한발 더 나가 공정한 납품값 산정, 경영 불간섭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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