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 자녀와 엄마의 투신자살 사건은 사람들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다. 요즘 어려운 경제사정 등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신문지상에 심심치 않게 나오지만 이번 경우 자신의 세 아이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이번 사건에 대해 사회에서는 여러 분석과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필자 또한 정신과 의사로서 이 비정한 엄마에 대해 할 말이 있다. 이성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을 볼 때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만으로 섣불리 진단을 할 수는 없다. 사회 심리학자들은 부모가 자식을 독립된 개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로 생각하여 발생한 일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보도를 대하면서 그 어린아이들이 한 순간 겪어야 했을 공포와 고통에 몸서리가 쳐진다. 죽어야 할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그것도 자신들의 엄마에 의해 죽어야 하는 상황은 정말 기가 막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엄마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고단했기에 그녀의 아이들의 남은 인생까지도 희망이 없다고 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사회는 외형적으로 많은 성장을 해왔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어려운 외환위기도 쉽게 견뎠다. 그리고 국민소득은 1만 달러를 넘어 2만 달러를 향해 뛰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모습 속에 우리 사회의 빈곤층의 현실은 감추어져 있다. 현재의 가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의 가난이 그 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물림된다는 데 있다.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부모의 가난으로 인해 자식들은 모든 기회를 박탈당하고, 그들의 부모와 똑같이 힘든 삶을 살아 가게 된다.
이것은 분명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사회라는 유기체에서 공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빈곤은 우리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우리사회에서 책임져 주어야 한다. 나의 일이 아니라고 외면해서는 안된다. 마치 재벌이 사회에 재산을 환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듯이, 이들의 빈곤도 우리가 함께 공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에게 재기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겠고, 또 우리 가까이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 너무 아깝고 짧은 생을 마감한 아이들과 지치고 힘든 생을 살다 간 엄마의 명복을 빌며 그들이 저 세상에서는 부디 가난 없는 행복한 삶을 누리길 빈다.
권 준 수 서울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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