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CEO리포트 / 박승환 인포디스크 회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CEO리포트 / 박승환 인포디스크 회장

입력
2003.07.24 00:00
0 0

"인간에게 음식말고 중요한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만지고 보고 소유하는 즐거움이 아닐까요? 요새는 인터넷이 마치 만능인 것 같지만 예쁜 포장에 담아 진열장에 가지런히 꽂아둘 수 있는 DVD만 하겠습니까? DVD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도 할 수 있지요. 우리는 이러한 즐거움을 DVD에 담아 드리는 회사입니다."DVD-R, CD-R 등 각종 광학저장매체(광미디어) 생산업체인 (주)인포디스크의 박승환(54) 대표이사 회장은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이전에 정열적인 DVD 예찬론자이다. 4, 5년 전 남들이 인터넷을 말할 때, 자신은 광미디어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DVD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도 "DVD(Digital Versatile Disc)의 'V'는 '다재다능함'"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2000년 6월 인포디스크 미국 본사의 한국 투자를 유치하면서 국내에 처음 알려졌다. 인포디스크 미국본사 대표이사 사장이었던 그는 최대 주주인 대만의 재력가 데이비드 루를 설득, 6,000만 달러의 자본을 투자해 경기 평택 어연한산공단의 8,000평 부지 위에 5,000평짜리 대규모 공장을 짓는데 성공했다. 이 외자유치로 박 회장은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지난해 5월에는 산자부가 초청한 세계 유수의 CEO 중 유일한 한국인으로 참석하는 영광을 안았다.

"데이비드 루에게 '한국에 투자하고 싶다'고 하니까 첫번째 반응이 '왜?'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DVD시장의 무한한 가능성' 때문이라는 게 당시 제 공식적인 답변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 속에는 카세트테이프나 비디오테이프 등 아날로그 마그네틱 미디어 시장에서 세계 선두였던 한국의 잃어버린 위상을 디지털 광 미디어 분야에서 되찾고자 하는 욕심이 더욱 컸습니다."

박 회장의 이 같은 '욕심'은 결코 단순한 애국심의 발로가 아니었다. 1977년 옛 (주)선경에 입사한 후 98년 인포디스크에 CEO로 발탁되기까지 줄곧 카세트테이프, 비디오테이프, CD, DVD 등 메모리 미디어분야에서 일해왔기 때문이다. 선경마그네틱 미국 지사장, 미국 디스크 생산업체인 메모렉스사 CEO 등 국내외 관련업체의 CEO를 역임하면서 한국업체의 부침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봤다.

"80년대만 해도 세계 메모리 미디어 시장은 한국이 꽉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90년대 초 메모리 미디어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광미디어로 넘어가면서, 특히 DVD가 탄생하면서부터 주도권을 대만에 빼앗겼죠. CEO로 스카우트됐던 메모렉스사도 대만 회사였습니다. 한국에 세계적인 광미디어 생산업체를 짓고 싶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가졌던 것 같습니다."

박 회장의 이 같은 포부는 '욕심'으로 끝나지 않았다. 설비투자가 마무리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 지난해 총 311억원의 매출과 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한국영화 DVD 시장에서는 2대 배급사 중 하나인 시네마서비스의 배급영화를 제작하는 업계 수장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8월 중순에는 진정한 한국기업으로의 도약 여부를 판가름할 시험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코스닥 등록을 위한 예비심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공모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 회사의 순자산가치(370억원)를 발행주식수(200만주)로 나눈 1주당 주식 가격 1만7,000원의 30% 이내에서 할인 공모할 계획. 만약 코스닥 등록이 성공하면 순수 외국계 자본에 의해 설립된 기업으로는 첫번째 등록 사례가 된다.

"처음에는 외자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한국인이 투자하는 진정한 한국기업으로 만들고 싶어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투자자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세계 광미디어 시장을 우리 한국사람이 같이 개척해보자'고요.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주)인포디스크가 소유와 경영이 완전히 분리된 회사, 기업투명성 등 글로벌 스탠더드가 확실하게 자리잡은 회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 朴회장은 누구

1949년 경기 양평 태생

1976년 연세대 사학과 졸업

1977년 옛 (주)선경 입사

1982년 (주)선경마그네틱 미국지사장

1992년 미국 유명 디스크생산업체인 메모렉스사 CEO

1998년∼현재 미국 인포디스크 CEO

2000년∼현재 인포디스크 한국법인 (주)인포디스크 대표이사 회장

● 인포디스크는 어떤 회사

인포디스크는 대만의 재력가 데이비드 루가 1998년에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에 세운 광미디어 전문 생산업체. CD-R, DVD-R 등 공(空) 광미디어 생산은 물론 영화 한편을 DVD에 담는 '프레싱' 산업에서 프랑스 테크니칼라사와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미국본사를 비롯해 한국, 대만, 독일, 캐나다, 멕시코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미국본사가 2억 달러, 한국법인이 311억원.

미국 본사의 경우 타임 워너,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등 할리우드 7대 메이저 영화사 영화 DVD의 95%를 제작할 정도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미국본사가 100% 투자해 2000년 6월 설립한 한국법인 (주)인포디스크도 국내 영화DVD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직원 250명 전원이 한국인이다. 올해 매출액은 65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의 경영철학

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잘못된 결정이라도,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격언을 생각하며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잘못된 결정은 일을 추진하면서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지만 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만회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성공은 사업계획보다 사업 추진력에 의해 좌우된다. 잘 짜여진 사업계획이 추진력 부진으로 실패하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했다. 다소 부실한 사업계획이라도 강한 추진력이 뒷받침된다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조직이 추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위에 따라 일의 우선순위가 적절히 나눠져야 하고, 책임과 권한이 확실히 위임돼야 한다. 최고경영자(CEO)는 적어도 6개월 이후에서 3년 이후까지의 회사 진로를 정해야 한다. 또 부사장은 해당 분기의 진로에 대해, 부서장은 그 달의 회사진로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업무는 책임과 권한이 동시에 위임돼야 한다. 보통 간부들에게 권한 없이 책임만 주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없다.

기업이 역동적 추진력을 갖추려면 중역들이 CEO와 동일한 경영역량을 가져야 한다. 역설적으로 CEO에게 권한은 없고 책임만 남게 되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훌륭한 CEO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거론하지만 가장 중요한 경영원칙은 '고객 최우선' 원칙이다. 고객과의 계약을 철저히 지키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고객의 고객'까지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