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샴쌍둥이 민사랑·지혜양의 분리수술이 성공했다. 22일 싱가포르 래플스 병원에서 전해진 낭보다. 4개월 전 엉덩이가 붙은 채 태어난 이 자매의 분리수술은 예상보다 짧은 시간 안에 끝났다. 지난 6일 같은 병원에서 이란의 샴쌍둥이 자매수술이 있었으나 실패로 끝나 내심 걱정이 크던 참이었다. 이란 쌍둥이의 경우 성인으로서는 최초의 수술이어서 그만큼 위험부담도 컸다. 이들의 장례식에는 2만명의 추도객이 참석했을 정도로 이란 전역이 비탄에 잠기기도 했다. 반면 사랑·지혜양은 보다 낙관적 분위기 속에 수술이 행해졌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이 아이들을 위해 지원과 축하의 성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샴쌍둥이는 불완전한 세포분할로 인해 신체일부가 결합된 채 태어나는 쌍생아를 말한다. 1811년 샴(태국의 옛이름)에서 가슴이 붙은 남자 쌍둥이가 태어나면서 붙여진 명칭이다. 국내에서는 1990년 최초의 수술 성공 이후 7차례의 분리수술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되었다. 여러 병원에서 대부분 성공했으나, 95년에는 한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예도 있었다. 이번 싱가포르 수술에는 전문의 16명 등 60여명의 의료진이 참여했다. 지금 수술하지 않으면 척추기형으로 발전해 보행도 불가능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한다. 의료진은 자기의 모든 수술수당을 사양했고, 병원도 일부 비용을 할인해 주는 미덕을 보였다.
■ 샴쌍둥이의 95%는 출산을 전후해서 사망한다. 생존하는 샴쌍둥이는 20만에 한 건쯤으로 알려지고 있다. 분리수술의 딜레마는 간혹 어느 한 아이만 택해야 하는 경우에 있다. 아이는 둘인데 공유하는 기관이 하나일 경우다. 그대로 두면 아이를 모두 잃고, 수술을 하자면 한 아이는 의학적으로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 100% 보장이 있지도 않지만, 한 아이를 희생시키고 다른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부모가 한 어린 인간의 생명을 취사선택하는 대신, 두 아이의 운명을 하늘에 맡기는 것이 옳은가. 심각한 형이상학적 고뇌와 갈등이 따를 수밖에 없다.
■ 수술 성공은 윈·윈 게임이 된 셈이다. 엉뚱하지만 이를 보며 정치적 연상을 한다. 남북이 휴전선으로 붙어 갈등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샴쌍둥이 국가인 셈이다. 섣부른 수술로 어느 한 쪽이 희생되지 않고, 윈·윈 게임을 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가 하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샴쌍둥이가 된 지 50년이 지났으므로 분리수술은 그만큼 어렵다. 이번 어린 주인공들의 이름이 사랑과 지혜라는 점이 각별해 보인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