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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서울주의"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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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서울주의"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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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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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문제거리로 지역주의가 꼽히고 있다. 정말 지역주의는 우리 정치의 낙후성을 드러내는 골치 아픈 문제다. 그러나 한국의 지역주의는 정부 인사와 선거전에서의 지역 쏠림으로 나타날 뿐, 물리적 폭력이나 참을 수 없는 경제사회적 차별을 낳지는 않는다. 이런 정도의 지역주의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얌전한 편이다. 게다가 지역주의는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3김'의 퇴장과 함께 점차 약화되고 있다.정말 더 중요한 문제는 다른 종류의 격차 확대와 고착이다. 하나는 서울 집중에 따른 서울과 지방의 격차 확대, 곧 '서울주의'요, 다른 하나는 상류층과 하류층 격차의 심화, 곧 '계급주의'요, 마지막으로 계급주의의 한국적 표상인 '학벌주의'다. 이 셋은 서로 맞물리면서 한국 사회의 심각한 균열 구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오늘은 우선 서울주의에 대해서만 말해 보자.

박정희 시대부터 지금까지 '국토의 균형 발전'은 하나의 당위로, 국가적 구호로 떠들썩하게 제시되었지만, 나타난 결과는 정반대여서 대한민국의 서울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현 정부는 행정 수도 이전을 추진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중요한 의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과연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그것은 지금의 한국 사회와 이에 막강한 압력을 행사하는 세계 자본주의의 구조가 강자를 돕고 약자를 핍박하는 이른바 '빈익빈 부익부'를 기본 원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정책도 서로 모순된 구호의 어수선한 혼란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균형 발전을 정부 노선의 중요한 특징으로 내세운다. 이 둘을 어떻게 조화시키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할 뿐이다.

2만 달러 시대 구호는 효율성과 성장 위주의 구호다. 쉽게 말해 수도권에 주요 기업들을 배치하고 외국 자본들을 유치해야 값이 싸게 먹히고 돈도 쉽게 벌 수 있다. 국가총생산을 올리려면 그것이 지름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얻는 국민 소득은 국민 소득이 아니라 '수도권 소득'이요, 그렇게 해서 얻는 국가 경쟁력은 국가경쟁력이 아니라 '수도권 경쟁력'이다. 재계가 원하는 것은 당연히 이런 것이다. 그 요구를 어떻게 균형 발전과 양립시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왜 국가 균형 발전이 중요한가. 국가가 균형 있게 발전해야 경쟁력도 생긴다는 따위의 말은 일단 접어 두자. 그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가가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어느 지역 주민이든 다 국민이고 그들에게는 국민으로서 다 잘 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내세워 불균형 성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불균형 성장의 혜택을 받는 기득권층이다. 재벌 기업이고 재벌 언론의 상당수 구성원들이며 수도권 사람들이다. 상당수의 서울 시민들이 '수도가 공동화될까봐'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자신의 기득권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국가 균형 발전은 정치적인 싸움이요, 거래요, 타협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의 기득권층은 그 기득권을 결코 포기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더 확대하려고 한다. 그리고 세계의 정치경제 구조가 이들에게 유리하다. 자본과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세계 자본과 강대국 정부들의 압력은 한국의 수도권 집중, 다시 말해 서울주의를 더욱 재촉한다. 과연 이러한 압박 앞에서 정부가 '서민정부' '참여정부'임을 내세워 이 사회의 비주류, 지방 사람, 충청도인, 강원도인에게도 꿈과 희망을 주는 비주류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 기득권층의 서울주의와 과연 맞설 수 있을 것인가. 느닷없는 '2만 달러 시대' 구호를 보면서 우려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김 영 명 한림대 사회과학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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