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워커 전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시의 한 병원에서 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81세.워커 전 대사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집권기인 1981년8월∼86년11월 5년간 주한 미대사를 지냈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지한파로 불려왔다. 그는 주한 미대사 중 최장기 재임 기록도 갖고 있다.
워커 전 대사는 지금까지 16권의 저서와 13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이중 상당수는 한국과 관련돼 있다.
특히 그의 주한대사 재임기는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의 집권기와 겹쳐 있어 한국 권부의 비사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98년 한국일보에 연재한 주한대사 시절의 회고록 '한국의 추억'에서 그는 한국인과 한국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이 회고록에서 그는 "전두환씨는 김대중(金大中)씨의 감형을 조건으로 레이건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고 기술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22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난 그는 뉴저지주의 드류대학을 졸업했으며 50년 예일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57년 사우스캐롤라이나대로 옮길 때까지 예일대 교수를 지냈다. 2차대전 중에는 미 태평양사령부에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통역관을 지내기도 했다.
극동문제 전문가로서 그는 61년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 국제문제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96년 그의 이름을 따 '리처드 워커 국제문제연구소'로 명명됐다.
그의 외교관적 자질에 대해 레이건 대통령은 "외교를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격찬한 바 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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