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상원이 22일 최대 언론재벌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사진) 총리에게 막대한 이득이 돌아가게 하는 새 미디어법을 통과시켜 파문이 일고 있다. 이탈리아 의회는 지난 달에도 부패 등의 혐의로 기소된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구제하는 법안을 제정한 바 있어 야당과 국민들로부터 총리 개인을 위해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이번 주 중 집권 보수연정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도 상정돼 통과가 확실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 법안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소유하고 있는 민간 TV 채널망 '미디어세트'의 이권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또한 광고규제를 완화하고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허용함으로써 베를루스코니 '미디어제국'의 확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해 2월 국영방송인 RAI의 운영이사회에 자신이 직접 관여할 수 있는 법안을 야당의 불참 속에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이탈리아 방송을 사실상 완전 지배해 왔다.
새 미디어법이 통과되자 국영 RAI의 루시아 아눈지아타 이사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고, 야당 의원과 국민 수백명은 로마의 나보나 광장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좌파인 엔리코 보르셀리 상원의원은 법안 통과 후 "보수진영은 (언론을 위한) 다원주의와 경쟁의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방송분야에 대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정치적인 독점까지 강화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집권 보수연정은 "새 법안이 이탈리아의 통신산업 경쟁력을 제고해 줄 것"이라고 반박했다.
3대 민영방송국과 전국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 프로 축구단 AC 밀란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탈리아 최대 갑부 정치가로서, 끊이지 않는 부패 스캔들과 설화로 얼룩진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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