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들어 합법화 및 수배해제 논의가 지속돼 온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처리를 둘러싸고 정부정책이 혼선을 빚고있다.대통령과 법무장관이 전향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법무부도 일괄 수배해제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검찰을 등에 업고 갑작스레 11기 한총련 간부에 대한 수배조치라는 강경책을 들고 나선 것이다.
법무부와 검·경의 엇갈린 행보에 수배자 가족 등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느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무부와 검·경 갈등
경찰이 지난달 초 출범한 11기 한총련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하는 등 사실상 수배조치에 돌입한 것은 강령이나 투쟁목표 등에서 이전 한총련 조직과 달라진 것이 없는 이적단체라고 결론지었기 때문. 조만기 경찰청 보안2과장은 "한달여 내사를 통해 11기 한총련도 국보법상 이적단체로 판단, 이적단체 가입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고 중앙위원 44명에 대한 소환장 발부에 나섰다"고 말했다. 경찰이 내사 과정에서 검찰의 지휘를 받았기 때문에 검찰도 같은 입장인 셈이다.
경찰의 조치는 우선 한총련 수배해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청와대나 법무부의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청와대는 광복절 특사 대상에 한총련 수배학생을 포함시키는 문제를 검토중이라고 이달 14일 밝혔고 법무부는 최근 '300명의 기존 수배자 가운데 200명을 검찰조사 뒤 일괄 수배해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경수 법무부 검찰3과장은 "단순가입만으로 수배자가 된 경미범죄에 대해 관용을 베풀고 형사처벌을 축소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 검·경과 단순가입자 처리원칙도 달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검·경의 실정법에 따른 원칙처리 방침도 최근의 유화적인 한총련 처리분위기에 영향받아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 한총련이 출범하면 즉시 이적성을 검토하고 소환대상을 발표하던 검찰이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수사지휘 역할만 하면서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수배자 가족들 반발
한총련 처리를 두고 엇갈린 정책이 나오자 수배자 가족들은 "한쪽에서는 수배자의 일괄 수배해제를 추진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수배자를 추가하는 것은 수배자 가족을 두번 울리는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총련 수배자 부모와 한총련 11기 대의원 등 50여명은 22일 경찰청을 항의 방문, "11기 한총련 대의원 소환과 수배조치를 철회하고 경찰청장은 사과하라"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경찰청장에게 전달했다.
강위원 한총련 합법화대책위 집행국장은 "한총련 합법화 논의가 정치권에서 무르익어가는 시점에 검·경이 허명만 남은 규정에 매달려 국민적 요구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