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숙녀? 김희선이 8월13일부터 방영되는 SBS 드라마 '요조숙녀'(극본 이희명·연출 한정환)로 '토마토'(SBS) 이후 4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다.'품위 있고 얌전한 여자'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그가 참하고 착한 여자로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요조숙녀는 역설적인 표현"이라고 한다. 요약하자면 돈 많은 왕자 만나 팔자 고치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목표인, 가진 것은 타고난 미모밖에 없는 스튜어디스 김희선의 백만장자 만나기 대작전. 그의 행적을 잠시 열거하자면 남자를 만날 때는 철저한 계산에 따라 치고 빠지기, 고난이도의 전략으로 양다리, 세다리, 네다리를 걸치면서도 들키지 않기, 단물을 쭉쭉 빨아먹은 후 아니다 싶을 때는 차버리기 등. 김희선이 양쪽 접시에 올려놓고 끊임 없이 저울질 하는 남자로 따뜻한 마음의 떡집 사장 고수와 게임회사 경영주의 아들인 돈 많고 이지적인 손창민이 등장한다.
21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 화물청사 내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진행된 제작 발표회에서 김희선은 계속되는 비행기의 이착륙 소리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어색했는지 "오랜만의 제작발표회라 적응이 잘 안 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요조숙녀는 일본 후지TV에서 방송됐던 드라마 '야마토 나데시코'(참하고 귀여운 일본 여자)를 리메이크한 작품.
"이 드라마를 DVD로 이미 오래 전에 봤다"는 김희선은 가난에 한이 맺혀 물불 안 가리고 부자집 남자를 찾아 헤매는 이야기가 혹 우리 정서에 안 맞을까 걱정했다. "주인공 하민경은 음식점에서 설거지를 해서 하루 2만원씩 1,000일을 모아 아버지 노름빚을 갚고 서울로 상경해요. 가난에 대한 몸서리 치는 기억 때문에 맹목적으로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거죠. 속물 같아 보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그려내는 것은 결국 배우 하기 나름 아닌가요"라고 한다.
드라마로 돌아오는 그에게 집중적으로 쏟아진 질문은 "영화는 왜 안 되느냐"였다. '영화가 안 되니 다시 드라마로 기사회생하려는 것 아니냐' '영화 시나리오 보는 눈이 떨어지는 것이냐' 등. 사실 100%에 가까운 성공률을 자랑하던 드라마와 달리 '화성으로 간 사나이' 등 그간 출연한 영화는 영 시원치 않았다. 그 질문이 부담스러웠는지 "아직 나쁘게만 생각하고 싶지 않다.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고 계속 질문의 핵심을 벗어나던 그는 "하긴 손예진은 영화도 성공하고 드라마도 잘 되더라"며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하지만 "언제나 자만심으로 가득 찼는데 영화 덕분에 겸손해졌다"고 말한다. 그에게는 시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
데뷔할 때부터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를 외쳤던 김희선. "드라마에서처럼 돈이 결혼의 전부라는 사람도 이해가 된다"는 반응이다. "옛날에는 사랑만으로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좀 들고 보니 돈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도 있더라구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결혼관에 있어 '경제력'은 저 아래 순위라고 한다. "연예인은 많은 사람들 가운데 있지만 알고 보면 외로운 직업이에요. 저를 따뜻하게 감쌀 수 있는 '이해심'과 말주변 없는 저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유머감각'이 최우선 조건이죠."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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