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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어류 무차별남획 심각 해양 생태계 고사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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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어류 무차별남획 심각 해양 생태계 고사위기

입력
2003.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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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생태계가 급속도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수 십 년에 걸친 무차별 남획으로 바닷속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하던 대형 육식 어류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머지않아 우리 식탁에 오르는 자연산 생선이 상당 부분 사라질지 모른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포식자층이 없어진 먹이사슬이 균형이 깨지면서 생태계 전체가 파괴되는 해양 사막화 현상까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소금물로만 가득찬 바다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큰물고기가 사라지고 있다

캐나다 댈하우지 대학의 랜섬 마이어스와 보리스 웜 연구팀은 5월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해양 생태계 변화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세계의 연근해와 심해는 물론, 최근 50년간 어획량 변화까지 추적한 끝에 연구팀이 밝혀낸 사실은 충격적이다.

1950년 이후 지금까지 다랑어와 대구 등 대형 육식어류의 90% 가량이 바다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1980년대 북대서양, 90년대 일본 근해, 서아프리카해 등을 대상으로 했던 조사와 결과는 비슷했지만 이 조사는 범위가 전세계에 걸쳐 있고 구체적인 통계 자료에 근거한 것이어서 충격을 더했다.

연구팀은 싹쓸이 조업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캐나다 동해안의 그랜드뱅크에서 대구는 100년 전만 해도 흔한 생선이었다. 20세기 초반 트롤 어선이 등장하고 이어 20세기 중반 생선가공시설을 갖추고 장기간 바다를 떠다니는 공장형 트롤 어선이 등장해 싹쓸이 조업을 시작하자 대구는 몇 십 년을 못 가 사라지고 말았다.

92년 급기야 캐나다 정부는 대구 조업 중단 명령을 내리고 이후 10년을 기다렸지만 대구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유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비교적 얕은 바다에서 쉽게 잡히던 대구나 넙치 같은 어종이 사라지자 어선들은 더욱 잔인한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길이만 수십㎞에 이르는 초대형 그물로 싹쓸이를 시작했다.

특히 다랑어, 황새치 등이 잘 걸려들었던 이 그물은 바다거북, 상어, 심지어 알바트로스(멸종 위기에 처한 대형조류)까지 가리지 않았고 이 동물들의 개체 수는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새끼마저 남기지 않는 싹쓸이가 가능한 배경에는 해양 생물 특유의 군집 성향도 지적된다. 생존 조건이 열악한 심해를 피해 해양 생물들은 대부분 한류와 난류 교차 지점이나 대륙붕 등 한정된 지역에 모여 살기 때문에 더욱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지점에 모여드는 미세한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기 위해 동물성 플랑크톤이 모여들고 이 동물성 플랑크톤을 노리는 작은 고기들을 따라 큰 고기들과 거북, 바닷새 등이 뒤를 잇는 식이다. 비슷한 현상이 찬 물이 샘솟는 바다밑 해산(海山) 위에서도 일어난다.

최악의 시나리오

과학자들은 유기적 상관관계를 지닌 먹이사슬에서 상층부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그 자리만 빈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듀크대 생물학자 래리 크라우더는 최근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특정 생태시스템에서 한 층이 없어지면 반드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고 단언했다.

이때 최악의 시나리오는 먹이사슬 파괴가 결국 한 지역의 해양 생물 전멸로 이어지는 '사막화' 현상이다.

실제 대구가 사라진 북대서양 일부 연안에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천적이던 대구가 자취를 감추자 새우와 성게가 번창했다. 곧 성게가 바닷속 해조류 숲을 비롯해 일대 해저를 뒤덮으며 '성게 천지'가 됐다. 이 현상을 연구한 해양학자 제레미 잭슨은 2년 후 "해양 오염이나 지구온난화보다 오히려 포식 어류 남획이 특정 해양 지역을 '죽은 바다'로 만드는 주요인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류와 무척추동물이 사라진 자리에 미생물만 떠도는 '죽은 바다'는 이미 멕시코만, 발트해, 아드리아해 등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카리브해에서는 남획으로 거대한 산호초군이 사라졌다. 비늘돔과 같이 해조류를 먹는 고기가 사라지자 성게만 가득한 산호초를 해조류가 뒤덮었고 해조류병이 한 번 퍼지자 결국 모두가 전멸하고 말았다.

문제는 이러한 파괴가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 않을 때 더욱 심각해진다.

스탠포드대의 해양생물학자 바버라 블록의 연구 결과, 비교적 일정한 수역 내에 서식하는 대구와 달리 상어와 다렁어류는 태평양의 미국 서부 해안에서 하와이, 대서양의 아이슬란드에서 카리브해까지 장거리를 이동하며 생활한다. 이들이 사라지면 그만큼 불균형이 초래되는 해양 생태 지역이 광범위하다는 얘기다.

과학자들은 남획으로 특정 어류 집단이 일정한 개체 수를 유지할 만한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다시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결국 남획으로 재미를 봤던 어업계는 일자리를 잃게 되고 뒤늦게 유엔 차원의 조업 금지 결의안 같은 강제조치도 나오겠지만 때는 너무 늦을 것이라는 점이다.

해양과학자들은 "아직 생태계 내에서 그 역할조차 알 수 없는 미생물이나 연체동물들마저 큰고기와 함께 사라진다면 바다를 살리는 해법은 영원히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고래전쟁" 아직도…

해양 생태계의 위기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고래의 경우에서 잘 드러난다.

고래는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상황이 널리 알려져 있고 많은 동물보호단체들이 집중적으로 보호 운동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고래잡이 국가들의 기구인 국제포경위원회(IWC)는 13종의 고래가 절멸 위기에 처하자 1982년 상업적 포경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이 중 멸종 위기 명단에서 빠진 종은 북태평양 회색 고래가 유일하다. 그런데도 몇몇 국가들은 일부 고래 종이 다시 많이 늘었다며 포경 금지 조치를 풀어야 한다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6월 독일에서 열린 IWC 총회에서 일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은 포경 확대를 강력히 요구했다.

일본은 IWC가 투표를 통해 전세계 기후변화와 오염, 무분별한 어망 설치, 서식처 훼손 등 고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고래보존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베를린 구상'을 가결하자 이튿날 회의를 보이콧하는 한편 회원국 분담금의 지급 유보, IWC 탈퇴 검토 등의 강수를 연발했다. 이전에도 몇 차례 IWC에 불만을 품고 이에 대항하는 기구 설치를 검토한다고 위협했던 나라들이 점차 이를 공론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이들은 과학적 연구를 이유로 포경 확대를 집요하게 요구했고 호주와 뉴질랜드의 고래보호해역 설치안도 저지했다.

포경 금지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는 것은 포경 산업이 제법 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몸집이 작은 편인 밍크고래 1마리의 가격은 최근 최고 3만 달러(약 3,600만 원)까지 올랐다. 특히 일본은 매년 밍크고래 등 약 265마리를 과학 연구 목적으로 잡아 '연구'가 끝난 뒤 식용으로 판다. 노르웨이는 연간 711마리를 잡는다.

환경단체들은 전세계에서 하루 800마리(돌고래 포함), 연간 30만 마리의 고래가 무분별한 어망 작업으로 희생되고 있으며 수십 년 안에 일부 고래 종이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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