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독립성 강화를 위한 '한은법 개정'이 수개월간 논란 끝에 한은 몫의 금융통화위원 자리를 한 곳 늘려주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 그러나 이는 통화정책의 중립성 강화라는 법 개정 취지와는 전혀 동떨어진 '밥그릇 늘리기'에 불과하며 금통위에 대한 한은 집행부의 입김을 강화, 독자적인 정책결정 기능을 약화시키는 방안이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국회 재경위는 22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내년 1월1일부터 민간단체가 추천하는 금통위원 3명 중 한명을 없애는 대신 한은 부총재를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참여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한은 몫의 금통위원 수는 기존 2명(총재, 총재 추천 1인)에서 당연직인 부총재를 포함해 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반면 정부쪽은 현행대로 재경부 장관 추천 1명, 금융감독위원장 추천 1명 등 2명으로 유지하되 민간단체 추천 금통위원 수는 기존 3명(은행연합회, 대한상의, 증권업협회 각 1명씩)에서 증권업협회 몫을 없애 2명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는 그 동안 민간단체 추천권이 사실상 재경부 입김에 휘둘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일부 민간단체 몫을 한은이 가져감으로써 시장 중심적인 통화신용정책은 크게 후퇴하게 됐다.
김병주 서강대 교수는 "한은법 개정의 핵심이 고작 '한은 몫 늘리기'라면 문제가 있다"며 "통화정책의 독립성 강화라는 법 개정의 본질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동안 금통위원 구성은 제도상 문제보다는 운용상 잘못이 있었다"며 "민간단체가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제대로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운용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한 금통위원은 "한은 부총재가 총재의 의견에 '노(no)'라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총재를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두는 것은 한은 집행부 입맛대로 금통위를 끌고 가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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