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다. 얼마전 학생들과 함께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할리우드 영화를 관람하다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을 했다. 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인데 내용은 성인영화 수준이었다. 영화가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남녀 주인공이 은밀한 행위를 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사가 오갔다.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이해할 만했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남녀 주인공이 실제로 성행위를 하는 장면과 집단 군무 장면이 번갈아 나오는 것이었다. 이 장면은 5분 가량 이어졌다. 객석 여기저기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일부 어른들은 청소년 자녀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 아마도 이들은 나처럼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것만 믿고 왔다가 난처한 입장에 빠진 것 같았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측에 항의했더니 "영상물등급위원회가 15세 이상 관람가로 결정한 것을 상영했는데 문제가 되느냐"고 했다. 영화관 입장에서는 그럴만도 했다. 문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기로는 영상물등급위원들 가운데는 영화 산업에 직접 관련된 인사들이 적지 않다. 학부모가 영상물등급위원으로 참여해 이 영화를 심사했다면 5분 가량 계속되는 전라의 장면을 10대가 관람하도록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상물등급위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narasal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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