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근태 고문이 22일 기자들을 만났다.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김 고문의 이름을 거론하며 "웃음거리가 되고만 일을 했다"고 말한 게 화제에 올랐다. 김 고문이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때 "법을 어겨 정치자금을 받았던 일이 있었다"고 양심고백한 일을 노 대통령은 '웃음거리', ' 어리석은 일'로 폄하한 것이다.김 고문은 "대통령의 발언이 오히려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느냐"며 웃어넘겼다. 그러나 그의 홈페이지에는 "노 대통령이 개념 없이 막말을 했다", "김 의원이 통합신당의 중재자 역할을 하니 대통령이 엿 먹이는 것"이라는 등 지지자들의 글이 쇄도했다. 청와대는 김 의원의 지지자들이 '오버'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상당수 정치인이 김 고문의 고백을 "괜한 바보짓"이라고 손가락질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은 김 고문을 '사법처리를 각오하고 정치개혁을 위해 치부를 밝힌 용기 있는 정치인'으로 보고 있다. 오죽하면 그에 대한 사법처리가 부당하다는 탄원서가 각계에서 줄을 이었겠는가.
노 대통령이 '바보 노무현'의 타이틀로 지난 대선에서 재미를 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고 정도(正道)를 택한 정치인'이라는 뜻일 게다. 하지만 21일의 기자회견에서는 노 대통령이 김근태 고문을 문자 그대로 '바보'로 만들어버리고, 자신은 '감출 것은 감출 줄 아는 현명한 정치인'으로 자처하는 우(愚)를 범했다. 여야를 향해 솔직하게 양심고백을 하자면서 정작 용기 있게 양심고백한 사람을 그렇게 해 버리면 자기 말에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혹시 실수였다 하더라도 해서는 안될 말이었다.
신효섭 정치부 차장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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