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경제 지표가 하강곡선을 그리면 기업들은 긴축 경영을 시작하고 무엇부터 줄일까 하다가 '고뇌에 찬' 결단을 하게 된다.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광고·홍보예산이다. 그러나 광고업계는 이번엔 지난 외환위기 때와 같은 '광고 실종'을 우려하지 않는다.가장 큰 이유는 지금은 지난 외환위기 때와 달리 광고 효과측정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광고 효과측정이 있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수요가 늘었다. 광고가 세일즈처럼 판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골프 스타 박세리가 공을 치기 위하여 신발을 벗고 물에 들어가서 멋지게 승리할 때의 일이다. 필자는 당시 어느 대기업의 광고 후원을 받고 있었다. 당시 언론은 박세리의 홍보효과가 수천억원이라는 기사를 앞다퉈 실었다. 그러자 내가 후원을 받고 있던 대기업 임원은 "기사에는 박세리의 광고효과를 수량화했는데, 우리 회사의 광고효과도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느냐"고 요청해왔다. 나는 곧바로 광고 효과를 계량화해서 보여주었고 임원은 만족해했다. 이 기업은 요즘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광고 예산을 삭감하지 않고 있다.
아직도 기업들이 광고 의사결정에 있어 데이터 분석이나 마케팅 기획의 차원보다 최고경영진의 선호도를 반영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더이상 '감'으로만 결정하지 않는다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어 반갑다. 예년에 비해 점점 수치화한 자료를 원하는 최고 경영자(CEO)들이 늘어나고 있다. 좀 더 합리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신호로 여겨진다.
흔히 숫자로 생각하라고 하면 삭막함, 냉정함 같은 차가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게다가 창의성, 사랑 같은 질적인 측면을 양으로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것을 무조건 수치화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신과 자신이 처한 처지를 객관화시켜주고 목표를 분명히 해주는 순기능이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돈이 정말 잘 쓰이는 걸까?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은 되었나? 경쟁기업에 비해 적당한 비용수준인가? 매체선정은 적합한가? 이런 궁금증은 계량화를 통해 풀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성과 높은 기업으로 전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창의성 그 자체는 숫자로 전환하기 어렵지만, 소비자에게 어떻게 얼마나 도달했는지는 측정할 수 있으니까.
이 상 경 메트릭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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