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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큐라 갈릴 각오해" "개콘" 12명 스크린 외출 갈갈이패밀리와 드라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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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큐라 갈릴 각오해" "개콘" 12명 스크린 외출 갈갈이패밀리와 드라큐라

입력
2003.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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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TV프로그램은 단연 '개그콘서트'이다. 방송 내내 허무한 말장난과 몸짓으로 일관해 어른들은 쉽게 웃지 않지만 어린이들은 웃느라고 정신이 없다. 과거에 서영춘, 배삼룡의 '웃으면 복이와요'나 심형래, 김형곤의 '쇼 비디오자키'를 보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면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개그콘서트가 스크린으로 외출을 했다. 1989년 27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구와 땡칠이'의 남기남(61) 감독이 어린이들의 여름방학을 겨냥해 만든 '갈갈이패밀리와 드라큐라'는 개그콘서트의 인기 개그맨 12명이 총출동한다. 이빨로 무를 갉아 대는 '갈갈이' 박준형, 기괴한 웃음소리의 '옥동자' 정종철, '느끼남' 이승환을 비롯해 '세바스찬' 임혁필, '댄서킴' 김기수, '우비 삼남매'의 김다래, '우격다짐' 이정수 등 인기 캐릭터들이 모두 등장한다.

이들은 영화에서 개그콘서트에서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특기와 넘어지고 쓰러지며 몸으로 때우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일관한다. 영화 내용도 이에 맞춰 더 없이 단순하다. 무술을 연마한 갈갈이 삼형제가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드라큐라를 물리치기 위해 나선다는 줄거리다. 개그콘서트와 다른 점은 몸에 줄을 묶고 허공을 나는 와이어 액션과 특수효과를 위한 컴퓨터 그래픽이 등장하는 등 스케일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단순함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드라큐라가 왜 한국에 나타났는지, 도대체 언제 이야기인데 양복 입은 사람들과 술집 주모, 산적이 함께 등장하는지 등에 의문을 느껴서는 안 된다.

복잡한 생각할 필요 없이 오직 재미있으면 된다는 남 감독의 영화철학이 그대로 드러난 영화다. 덕분에 대낮에 촬영한 티가 확실한 어설픈 밤 장면과 화면 한쪽으로 몰린 불안한 인물구도 등 부실해 보이는 부분들조차 슬슬 묻혀 넘어간다.

이처럼 극단적 엉성함으로 일부 영화팬들 사이에 '컬트 감독'이 돼 버린 남 감독은 국내에서 가장 빨리 영화를 만들기로 유명하다. 84년 임하룡, 이성미 주연의 '철부지'는 6일 만에 촬영을 끝냈고 이번 영화도 한 달 만에 완성했다.

자녀들과 함께 볼 계획이라면 사전에 개그콘서트를 한 번쯤 보고 가기를 권한다. 안 그러면 등장인물의 말과 몸짓을 이해할 수 없다. 열심히 웃어대는 어린이들 틈에서 영문을 모르고 앉아있다가는 자녀들에게 아무 것도 모르는 부모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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