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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사의 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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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사의 찬미

입력
2003.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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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여자가 고층아파트에서 세 아이를 던지고 자신도 투신했다. 엄마는 자살이지만 아이들은 타살이었다. 그렇게 가버리면 남은 사람들은 어찌할 수 없는 깊은 공허에 사로잡힌다.자살을 범죄로 본 역사는 길었다. 자살미수를 교수형으로 처벌한 일도 역사에는 전한다. 죽는 데 실패했다고 죽이다니! 어처구니 없지만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만큼 자살은 인간 내면의 깊은 공포, 삶 저 너머의 어두운 심연을 대면하게 한다.

그 자신 역시 검은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한 가수 윤심덕은 '사의 찬미'의 2절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우에 춤추는 자로다"

노랫말처럼 꽃과 새의 운명이 다르지 않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칼 위에서 춤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단숨에 가련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윤심덕은 마지막 절에서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라고 노래하는데, 글쎄 이쯤 되면 허무가 아니라 저주에 가깝다. 그러고 보면 그녀가 동반자살이라는 공격적인 결말을 선택한 건 우연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동반자살은 절반의 타살이니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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