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1일 정부가 운용하는 52개 기금 가운데 24개 기금을 장기적으로 예산에 흡수·통합하도록 권고한 것은 그 동안 각 부처가 마구잡이식으로 기금을 조성, 국가 재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크게 저해됐기 때문이다. 감사원측은 이날 "재정 단일화와 회계통합의 원칙에 어긋나고, 국가적 우선순위에 따른 재정지출이나 재원의 합리적 조정을 막는 칸막이식 운영이 이뤄져 왔다"고 폐지 권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부처에서는 기금 운영의 특수목적과 공익적 성격 등을 들어 통폐합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폐지대상이 된 24개 기금은 무엇보다 재원의 대부분을 예산에서 지원 받는 등 기금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됐다. 실제로 여성발전기금은 전액을 여성부의 일반회계 예산에서 조성해왔고, 응급의료기금 등 10개 기금도 40% 이상을 예산이나 차입금에 의존했다. 올해 기금 규모 191조원의 53.3%(102조원)가 일반·특별회계 등에서 전·입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청소년육성기금과 과학기술진흥기금 등 9개 기금은 연간 사업비의 2∼15배에 달하는 여유 재원을 가졌지만 경륜·복권사업 등 사행성 수입에 의존하는 등 사업과 재원 조성의 연계성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폐지가 권고됐다. 문광부는 소관 5개 기금이 모두 폐지 권고 대상에 올랐다. 문광부는 올해 청소년정책 연구개발 등에 예산(19억원)과 청소년육성기금(62억원)을 각각 지원했고, 허위세금계산서를 받고 관광진흥개발기금 237억원을 대출하기도 했다.
재경부의 '농어가 목돈마련저축 장려기금'은 상당수 직장인이 지원을 받는 등 무분별한 운용이 지적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심지어 개 2마리를 기르는 회사원이 농민 신분으로 위장해 저리의 기금을 가로챈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폐지권고를 받지는 않았지만 통일부의 대북경수로사업 역시 재원을 국채 발행을 통한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조달해 2029년까지 13조8,000억원의 기금채무가 발생할 것으로 지적됐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