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통령의 프로야구 올스타전 개막식 시구예정을 보도한 스포츠신문 기자의 청와대 출입을 3개월간 정지시킨 조치는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시구 당시의 2루 심판이 사실은 경호원이었으며, 경호에는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위장기법이 쓰인다고 밝힌 행위는 누가 제재를 해야 하나.기자 출입정지는 비보도를 전제로 한 약속을 깬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 경호업무에 지장이 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원수의 신변안전은 국가안보에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므로 경호에 관한 사항은 매우 특별한 비밀이며 정보에 해당한다.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목적을 가진 사람에게 구체적인 경호기법만큼 중요한 정보가 또 있겠는가.
비밀이란 한번 누출되면 그 가치가 소멸된다. 상대방이 예측할 수 있는 경호기법은 다시 사용할 가치가 없다. 그런데 청와대는 시구식에 관한 사항 뿐만 아니라, 묻지도 않은 어러 가지 위장술을 자세히 공개했다. 앞으로는 그 기법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대안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일 텐데, 돌발상황이 있을 수 있는 열린 공간에서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경호기법을 공개한 청와대 온라인 뉴스 '청와대 브리핑' 18일자는 "대통령 경호원의 프로야구 심판 변신이 화제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기사 제목도 '경호원 야구심판 변신은 무죄'이다. 대통령 경호업무를 가벼운 화제 정도로 다루는 청와대 사람들 의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 친숙한 제스처를 보여주기 좋아하는 노 대통령 스타일 때문에 경호에 애로가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래서 국민이 불편하거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른바 '열린 경호'를 표방하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럴수록 대통령의 안전은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대통령 경호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것임을 청와대 사람들이 더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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