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新유학시대]<7> 美 명문大 "톱클래스" 유학생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新유학시대]<7> 美 명문大 "톱클래스" 유학생들

입력
2003.07.22 00:00
0 0

미국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그러나 미국 각지와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인재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살아 남는 것이 녹록치 만은 않다.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이곳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고 '톱클래스'에 오른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은 한결같이 '독한 마음과 노력'을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MIT 신현정씨

1991년 9월 서울 S고 2학년 교실. 2학기 중간고사를 끝낸 신현정(29·당시 17세)양은 윤리와 국어 과목의 답안지가 실수로 한칸씩 밀려 기재된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아연했다. 과목 담당 교사에게 뛰어가 "선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안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교 1, 2등을 다투던 중간고사 성적은 무려 전교 43등. 기말고사때 전 과목에 걸쳐 만회했지만 2학기 전체 성적은 7등으로 떨어졌다. "유학을 가는 게 좋겠다"는 부모의 권유로 다음해 초 친언니가 살고있는 미국으로 날아갔다. 졸지에 '조기유학생'으로 신분이 변했다.

92년 봄, 미국 로스엔젤레스 한 공립고에 진학했다. 외국 학생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영어실력을 만회하기 위해 수업시간 강의 내용을 빠짐없이 녹음한 뒤 반복해 들었다. 자신 있던 수학에는 더욱 재미를 붙여 11학년(고2)때는 인근 퍼모나대에 등록해 강의를 이수했을 정도. 졸업이 가까워오자 전교 성적은 5%내로 들어왔다. 교장과 퍼모나대 교수의 추천서에 "수학 하나는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라는 에세이 내용을 첨부해 MIT에 원서를 냈다. 94년 가을, 미국 보스턴 찰스강을 끼고 하버드대와 이웃하고 있는 MIT 기계공학부에 당당히 합격했다.

98년 MIT 졸업 후 곧바로 석사과정을 마친 뒤 현재 같은 대학에서 박사과정(분자물리 전공)을 밟으면서 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는 신씨는 "준비를 잘 하고 독한 마음만 갖는다면 조기유학은 이미 절반 이상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명문 8개대) 진학 또한 학교측이 요구하는 특정 과목에 두각을 나타낼 경우 그만큼 수월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신씨는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한 조기유학생이라면 고교 1년 정도는 마치고 오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조언했다. 신씨는 박사학위를 딴 뒤 박사후 연구 과정(포스트닥)을 거쳐 한국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게 꿈이다.

하버드大 정도현씨

95년 8월 병역의무를 마친 정도현(30)씨는 "경제 공부를 통해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굳혔다. 93년 서울과학고 졸업 후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 물리학을 공부한 지 3년만에 전공을 바꾸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듬해에는 미국 동부와 서부의 주요 대학을 렌터카로 돌았다. 대학을 고르기 위한 사전 답사였던 셈이다. 그해 가을 아이비리그를 포함, 총 10곳의 대학에 지원했고, 이중 8곳에서 합격통지서가 날아왔다. 인문사회 및 자연과학 분야 최상위권 학부로 정평이 나 있는 보스턴 윌리엄스 칼리지에 둥지를 틀었다. 정씨는 "교수와 하루 평균 2∼3시간의 대화 시간을 갖는 것 외에 폭넓은 공부, 다양한 스포츠 활동 등이 미국 고등교육의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엄청난 분량의 원서를 읽은 뒤 리포트를 내는 미국 대학교육에 익숙치 않은 정씨는 한동안 애를 먹었다. 관련 자료를 단 한줄이라도 베낀 사실이 들통나면 정학처분이 내려질 만큼 독창성을 요구한 까닭에 1년여동안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정씨는 "때려치우고 싶을 만큼 너무 힘들었던 적이 한두번 아니었다"고 말했다. 해소 방법은 노력과 오기뿐이었다. 한 학기중 3분의 2 가량은 밤을 새며 공부한 덕에 2000년 5월 졸업때 최우수 졸업자로 선정됐다.

석사학위를 시작하기 전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 직장을 구했다. 뉴욕 도이체방크 기업인수합병 본부 직원(2000년 6월∼2001년 9월)과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원(2002년 6∼8월)도 거쳤다. OECD에 근무하면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정책대학원)에 진학, 지난 6월 졸업과 함께 케네디 펠로우로도 뽑혔다.

이달 하순 귀국해 8월부터 베인& 컴퍼니사 기업전략 컨설턴트로 활동할 정씨는 "유학의 성패는 결국 개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돈만 내면 들어가는 대학이 미국에는 얼마든지 많지만 이런 곳에 진학하는 학생은 십중팔구 잘못된 길로 빠져든다"고 충고했다. 정씨는 특히 "아이비리그의 경우 단순한 학교성적보다 인성이나 부모의 역할 등 학생이 살아온 과정을 전형 요소로 포함시키는 경향이 뚜렷함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스턴=김진각기자 kimjg@hk.co.kr

■안젤라 서 보스턴컨설팅 대표

"아이비리그 대학이 성적 하나만으로 학생을 뽑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하버드대 출신의 재미동포 2세로 현재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대학진학지도를 전문으로 하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안젤라 서(35·사진)씨는 아이비리그를 노리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특기를 키울 것을 주문했다.

서씨는 하버드대 정치학부 졸업 후 8년동안 하버드대와 MIT에서 입학담당관으로 일했다. 세계 전역을 돌며 우수 학생을 물색하는 역할을 훌륭히 해내 보스턴에서는 '학생선발의 귀재'로 통한다. 아이비리그 진학을 노리는 학생들에게 정확한 진로지도를 해주기 위해 2001년 회사를 설립, 직접 컨설턴트로 나선 서씨는 "다양한 측면에서 뛰어난 면모를 갖춰야만 아이비리그에 합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2, 3년동안 전형방법이 매우 다양해져 고교 성적은 '필수 조건'인 반면 리더십과 인성, 특출한 봉사활동, 추천서 등 다른 요인들이 합격의 '충분 조건'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하버드대에 지원한 한국 학생 중 90%가 불합격이었다"는 서씨는 "미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만점이 아이비리그 합격을 반드시 보장하지는 않으며, 인터뷰와 학교장 등의 추천서를 통해 본인의 열정과 성적 외 특징을 드러내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씨는 특히 최근 붐처럼 일고 있는 조기유학과 관련, "현지 미국 교육사정에 정통한 기관이나 사람을 통해 학교를 소개 받아야 하며, 언어 및 문화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1때 보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서씨는 "엉터리 유학원을 통한 조기유학 피해도 갈수록 늘고 있다"며 "유학원 선정에 앞서 카운셀러 약력을 정확히 알아보고, 유학원이 추천하는 보딩스쿨(기숙사 딸린 사립학교)의 실태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보스턴=김진각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