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간된 '이다의 허접질'이라는 책은 제목부터 눈길을 잡아 끈다. 이 책은 만화로 그려진 한 여대생의 일기로 '허접질'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결코 허접스럽지 않게, 20대 초반 여대생의 상상력을 독특한 터치로 그렸다.'허접'이라는 말은 '엽기' 이후 인터넷에서 널리 사랑 받고 있는 말이다. 언제부터 인터넷에 등장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허접이라는 말의 유래도 궁금하다. '좋은 것은 빠지고 난 뒤에 남은 허름한 물건'을 뜻하는 허섭 쓰레기가 허접 쓰레기로 잘못 쓰이면서 '허접'이라는 말이 생겨 났을 거라는 게 통설이다. 여하튼 허접은 '허름하고 잡스러운 느낌이 있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결코 허접스럽지 않는 것에 대해 허접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겉멋 든 이들을 꼬집는 말일 수도 있다. 마치 김규항이 자신을 'B급 좌파'로 끌어 내린 것처럼.
허접이라는 말이 즐겨 수식하는 것들은 가요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다. 허접한 영화, 허접한 노래라는 말은 어떤 비판보다도 아픈 말이다. 네티즌의 '하오'체와 합쳐져 '허접하오'라는 말은 예술가인 척하지만 결국 B급인, 제 잘난 맛에 사는 연예인을 가리키는 데 자주 쓰인다.
'더자두'가 사랑 받는 것은 스스로 허접함을 인정하는 데 있다. 솔직하게 "B급 문화에 충실할 것"을 다짐하는 듯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노래 '김밥'의 '잘 말아줘 잘 눌러줘/ 밥알이 김에 달라 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게'라는 가사는 유치 찬란의 극치이다. 요즘 최첨단 패션으로 떠올랐다고도 하지만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츄리닝(이들에게 트레이닝 복이라는 말은 별로 안 어울린다)은 영락 없이 고시생이나 백수들이 입는 츄리닝과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B급이면 어떻고 허접하면 어떤가? 여하튼 더자두의 노래는 오늘도 즐거움을 안겨 준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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