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잡는 소리하지 말라는 주위의 냉소를 견디기가 제일 힘들었죠."설탕으로 만든 무독성 주방용 세제를 개발, 세제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린케미칼 소재춘(44·사진) 사장. 기술과 자금, 인력 그 무엇하나 부족하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주변의 불신'이었다. 세제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던 2001년, '먹어도 아무 탈 없는 제품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주변의 제안이 있었다. 화학박사 출신의 소 사장은 귀가 번뜩 뜨였다. "아예 우리가 흔히 먹는 식품 원료로 세제를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세제가 개발된다 해도 소비자들이 사용하지 않으면 허사. 소 사장은 먼저 전문 마케팅업체에 의뢰해 소비자들의 주방용 세제 기호를 조사했다. 조사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무해하고 안전한 세제가 나온다면 꼭 구입할 것'이라는 대답이 90%를 넘었다.
곧바로 세제 개발에 착수해 얼룩과 때를 그릇의 표면에서 분리해내는 세제의 핵심기능, '계면활성'(界面活性) 소재 개발에 나섰다. 화학 약품으로 만들 때는 이미 성질이 밝혀진 물질들을 섞어 쓰기만 하면 그만이지만, 주변의 식품에서 잠재력을 찾아내려니 일일이 모두 실험하는 것 외엔 도리가 없었다.
1년간 밤낮없는 실험 끝에 첫 시제품이 나왔다.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의 당분으로 만든 제품이었다. 제품 출시를 위한 한국화학시험연구소의 검사과정에서 설탕 세제는 '완벽한 무독성'을 인정 받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세상의 불신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품판매를 위해 유통업체를 만나는 자리마다 '믿을 수 없다'는 대답을 들은 것. 연구소의 시험자료는 그들의 '상식' 앞에서 휴지조각과 마찬가지였다. "참다못해 세제를 짜서는 내 눈 안에 집어넣고 소리쳤습니다. '이래도 못 믿겠냐'고."
소 사장의 경악할만한 '생체실험'이 소문나면서 설탕세제의 무해성도 널리 알려졌다. 현재 설탕세제의 매출은 9억원 대. 출시 석 달만의 성과다. 최근에는 대형 할인점에도 납품을 시작하면서 연간 100억원 대의 매출을 노리고 있다.
소 사장은 "무독성으로 특화한 제품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며 "앞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10%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