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는 '차도르'를 쓴 채 햄버거를 사먹는 젊은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슬람 전통 문화가 가장 강한 이란에 서구 문화가 빠르게 유입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다.이란에서는 지난 1∼2년 사이에 햄버거 가게들이 많이 생겼다. 이란의 정서적 특성상 진짜 '맥도널드'는 아니다. 맥도널드를 이란식으로 벤치마킹한 '맥마샬라스'이다.
패스트푸드점이나 레스토랑 밖을 걸어가는 10대 소녀들의 모습도 외부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개방적이다. 이들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 대신에 하얀색 짧은 바지와 몸에 딱 붙는 코트를 입는다. 검정색 대신에 속이 살짝 비치는 흰색 혹은 핑크색 차도르를 고르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1997년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취임이후 단행된 개혁정책에 영향을 받아 여성들의 화장은 더욱 진해지고 있다.
이란은 원래 13세가 넘은 여성은 집밖에서 반드시 베일을 착용하게 할 정도로 엄격한 이슬람 국가이다. 베일 착용을 하지 않으면 식당 출입도 금지할 정도이다. 이처럼 규율이 강한 이란에서 서구 문화의 확산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또 이란에서는 월트디드니사가 만든 토이 스토리 영화인 '감자머리 아저씨'와 '우주전사 버즈' 등을 구해 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란 어린이들은 누구를 '적'이라고 생각하는 지 모르지만 가상 전투 비디오게임을 즐기고 있다.
위성 TV, 밀수입한 비디오테이프, 인터넷의 확산은 이 같은 변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불법적인 위성 안테나를 통해 패션 또는 섹스 채널을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서구 문화는 10대, 20대 신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이란 전체 인구 6,500만 가운데 30세 이하는 4,500여만명에 이를 정도로 젊은층의 비중이 높다. 하지만 이슬람 규율을 엄격히 적용했던 1979년 이란 혁명 직후의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30대만해도 새로운 문화 수용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편이다.
신세대의 '문화 혁명'은 이란의 정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이란 대학생 수만명이 지난달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한 것도 '자유의 결핍'에 대한 항의의 일환이었다고 보도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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