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한·영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에선 양국의 민감한 국내 문제에 관한 질문이 나오는 등 이전 정상회담 기자회견과는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양국의 사전 조정에 따라 당초 노무현 대통령에게 묻도록 돼 있던 영국 ITN 소속 니컬러스 로빈슨 기자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라크 대량파괴무기(WMD) 정보조작 제보와 관련, 최근 시체로 발견된 국방부 자문역 데이비드 켈리 박사 문제를 거론했다.블레어 총리는 당혹감 속에서도 "올바른 절차를 통해 진상을 규명한 뒤 (다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넘어갔다. 이에 앞서 KBS 방송 기자는 노 대통령이 21일 갖기로 한 정치자금 특별 기자회견의 배경과 내용을 물었다. 노 대통령은 "야구할 때는 야구 얘기를 하고 축구할 때는 축구 얘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낸 뒤 피해 갔다. 기자회견이 약간 어수선하게 끝나 버린 뒤 이해성(李海成) 청와대 홍보수석은 즉각 영국측 공보 관계자와 해당 기자에게 항의, 사과를 받아 냈다. 블레어 총리도 만찬에서 노 대통령에게 자국 기자의 행동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밝혔다. 이 수석은 우리측 마지막 기자가 영어를 섞어 질문한 데 대해서도 "영어 실력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언론계 등에서는 "미국 등 외국 기자들은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자국 국내 문제를 묻는 일이 종종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우리의 정상회담 취재 문화도 바뀔 필요가 있으며 기자회견에서의 질문은 언론이 선택할 문제로 청와대가 조정하거나 간섭할 일이 아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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