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코스에서 벌어진 제132회 브리티시오픈은 막판까지 아무도 승자를 예상할 수 없는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특히 21일(한국시각)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세인트조지스골프장(파71·7,10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경기는 홀이 끝날 때마다 리더보더의 순위가 뒤바뀌는 일대 혼전의 양상 속에 펼쳐졌다.이번 브리티시오픈에서 마지막 이변의 주인공은 벤 커티스(26·미국)였다. 지난해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26위에 오르면서 올 시즌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데뷔한 루키 커티스는 11번홀까지 6개의 버디를 쓸어담으며 단독 선두로 나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샷 난조로 4개의 보기를 범하기는 했지만 커티스는 2언더파 69타, 최종합계 1언더파 283타로 경기를 마쳐 1오버파에 그친 토머스 비요른(덴마크)을 1타차로 제치고 생애 첫 승을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장식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14번홀까지는 1타차 선두로 데이비스 러브 3세(미국)과 챔피온조 대결을 펼쳤던 유럽투어 7승의 강자 비요른의 페이스였다. 14번홀까지 2위인 커티스와의 격차를 3타로 벌리면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의 꿈에 부풀었던 비요른은 그러나 파4 15번홀 보기를 시작으로 파3 16번 더블보기, 파4 17번홀 보기 등 3홀에서만 4타를 까먹으면서 우승 직전에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마지막 날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3년만의 브리티시오픈 탈환을 노리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역전 우승 여부. 선두에 2타 뒤진 채 비제이 싱(피지)과 동반 라운딩에 나선 우즈는 파5 4번홀과 파4인 5번홀과 7번홀에서 잇따라 버디를 낚으며 대반격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8,10, 15,17번홀 보기로 다시 뒷걸음질치면서 이븐파 71타를 기록, 최종합계 1오버파 285타로 러브 3세와 함께 공동 4위에 만족해야 했다.
첫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사흘내내 선두권을 지키며 돌풍을 일으켰던 허석호(30·이동수패션)는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한 채 샷이 크게 흔들리면서 우승경쟁에서 멀어졌다. 허석호는 버디는 1개 밖에 건지지 못한 채 보기만 5개나 범하면서 최종합계 8오버파 292타로 공동 28위로 경기를 마쳤다.
한편 최경주(33·슈페리어)는 이날 이번 대회들어 처음으로 언더파(1언더파 70타)의 성적으로 최종합계 7오버파 291타를 기록, 공동 22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