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졸'씨와 '매서'씨의 아침 30분A는 별명이 '매졸'이다. 매일 졸면서 출근한다. 승용차를 타면 바로 졸기 시작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안타깝고 애처로운 눈초리로 앉을 자리를 찾아본다. 자리를 찾으면 냉큼 달려가 자리에 앉자 마자 졸기 시작한다.
자리가 없으면 서서라도 존다. 경력 5년의 30대초반인 A는 그렇게 서서 졸다가 두 번이나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다. 그런데도 그는 '매졸'답게 매일 졸면서 출근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눈을 좀 부치고 출근해야 일을 할 수 있다. 안 그러면 하루종일 일이 잘 안된다."
B 역시 경력 5년의 30대 직장인. 그는 아침 6시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가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은 역시 양치질이고, 양치질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약 30분간 서예에 몰두한다.
서예가로 성공하겠다든가 국전 서예 부문에 출품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는 서예를 위해서 아침시간을 낸 것이 아니라, 아침 시간에 몰두하고 집중하기 위해 서예를 선택했을 뿐이다. 그의 별명은 '매서'다. 매일 서예에 매달리는 사람이라 생긴 별명.
흔들리면서 출발하는 사람은
A는 아침시간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출근 시간에 조금이라도 졸지 않으면 머리가 개운하지 않다는 그의 주장은 어거지에 속한다. 졸면서 출근하는 사람의 머리가 개운하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의문이 간다.
만약 그가 계속해서 '매졸'로 남는 한 영원히 나른한 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다. 나른하고 멍한 머리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어디서 속 시원한 일이 찾아올 것인가?
B는 아침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있다. 흔들리면서 출발하면 하루 종일 흔들려야 하고, 흔들리면서 하루를 마감해야 한다. B가 서예에 30분씩 몰두하는 것은 하루 종일 흔들리지 않을 바탕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머리가 개운치 않으면 흔들리게 된다. 멍하게 아침을 맞아도 흔들린다. 졸면서 출근하지 않아도 직장인은 누구나 매일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지 않을 방편이 없으면 흔들리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지렁이의 아침도 무방비는 아니다
아침을 아무 대책 없이, 무방비상태로 맞아선 안된다. 해가 떴으니 아침이로구나, 일어나기도 지겨워라, 라고 아침을 맞는 동물은 인간 뿐이다. 지렁이도 그렇게 아침을 맞지는 않는다.
예민한 피부의 감촉으로 아침 해가 뜨겁게 내려 쪼이리라 감지되면 절대로 지면 위로 머리를 내밀지 않는 것이 지렁이다. 해가 뜨든 소나기가 퍼붓든 지겨운 하루를 또 시작하는구나, 라고 아침을 맞는 것이 무대책이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리맡에 사랑하는 사람이 와 있다. 실제로는 멀리 있는 사람이 아침마다 그의 베갯머리에 와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몰두하기 때문이고 함께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아침이라면 눈뜨자마자 그가 하는 일의 결과가, 그러니까 그 인생의 목표가 베갯머리에 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노래라도 부르라. 고함이라도 한 번 질러라. 일어나자마자 운동이라도 하라. 매일 일어나서 30분 동안 같은 일을 하라. 그 30분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지고 그 하루들이 쌓이면 인생이 달라진다.
/컬럼니스트 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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