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대로 국민연금 개혁안이 또 꼬여가고 있다. 민주당과 정부가 소득대체율(가입기간의 월소득 평균액 대비 연금수령액)을 55%로 조정키로 한 것은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 60%인 소득대체율을 내년부터 55%, 2010년에 50%로 낮출 경우 연금 고갈시기는 더 앞당겨질 것이다. 소득대체율 인하폭을 최소화하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보험료 인상폭은 더 커지고 재정부담도 가중된다.국민연금발전위가 제시한 3가지 방안 중에서는 2004년부터 소득대체율을 50%로 낮추고 보험료를 2010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15.85%로 올리는 안이 가장 유력했다. 그럴 경우 2047년으로 예상되는 재정 고갈시점이 2070년으로 늦춰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오랜 연구결과를 무시하고 새로운 조정안을 마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복지부는 최근까지도 50%안을 채택할 방침이라며 단계적으로 보험료가 올라가므로 국민부담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당정회의에서는 무슨 말을 어떻게 했길래 55%안이 결정됐는지 모르겠다.
1997년에도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70%인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고 보험료율을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12.65%까지 올리자고 했으나 국회는 60%로 조정했다. 이런 선심정책과 정치논리 때문에 국민연금이 최악의 상황을 맞았는데도 개혁왜곡현상이 또 나타나고 있다. 총선을 목전에 둔 내년 초에 이 문제가 논의됐더라면 소득대체율에는 손도 대지 못했을 것이다. 몇 %를 조정하든 반발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반발이 두려워 제도개혁을 꼬이게 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 행태다. 현재 가입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정안은 다음 정부, 다음 세대의 부담과 고통을 외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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