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TV에는 장수 프로그램이 많다. 다큐멘터리나 시사 프로그램이 아닌 오락물도 5년 정도는 거뜬히 버틴다. 올해 14년 째인 프랑스2 채널의 '포르 보야르(Fort Boyard)'는 시그널로 흐르는 장중한 나팔 소리를 듣고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음을 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SBS TV가 한국 연예인들을 이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27일부터 매주 일요일 아침 '보야르 원정대'란 이름으로 방송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포르 보야르'는 대서양 조그만 섬의 성채에서 벌어지는 어드벤처 게임. 돌로 지은 성채는 지하실에서 망루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감옥 같은 작은 방들을 숨겨놓고 손님을 맞는다.
남자 넷, 여자 둘로 팀을 이룬 참가자들은 한 명씩 방에 들어가 색 구슬 스무 개의 순서를 외우는 메모리 게임, 늙은 현자 앞에서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 번지 점프와 절벽 다이빙을 비롯한 스포츠 게임 등을 치른다.
그 자체도 흥미롭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모험을 끝내지 못하면 방에 갇히게 돼 더욱 아슬아슬하다. 이렇게 거머쥔 일곱 개의 열쇠로 거미가 빽빽한 방이나 뱀이 우글거리는 항아리 속에 감춰진 자물통을 열고 힌트를 얻어 그 날의 낱말을 찾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낱말을 찾아낸 참가자들은 바닥의 돌에 알파벳이 새겨진 지하실로 달려간다. 사육자가 지하실을 지키는 호랑이들을 내보내면 참가자들은 낱말을 이루는 알파벳 돌 위에 선다. 낱말이 맞으면 중앙의 보물 우물로 구리돈이 우르르 떨어진다. 하지만 환호성을 지르는 것도 잠시 뿐. 호랑이들이 돌아오기 전에 돈을 퍼담아 지하실 밖 저울에 옮겨놓아야 한다.
구리 동전을 긁어 모아 티셔츠에 담고 신발에 채우다 못해 입에 물고 나오기까지 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우습지만 않은 것은 이렇게 얻은 상금을 사회복지 기금으로 쓰기 때문이다. 희귀병에 걸린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사회 단체, 무주택자들을 돕는 기관 등이 이 프로의 도움을 받았다.
좋은 일을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시청점유율 28.8%을 기록하며 400만이 넘는 시청자들을 매년 여름 TV 앞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오소영·프랑스 그르노블3대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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