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전문 계간지 '문화과학'이 여름 호에서 '한국의 지식, 지식인'을 특집으로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드물게 책 전체를 한 가지 주제로 구성, 뉴미디어에 힘입어 대중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진 이후 지식사회 변동 과정을 다양하게 조명했다.글 가운데 한국 지식인 사회의 변화를 '지적 대중'이라는 새 개념으로 분석한 노명우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의 글이 눈에 띈다. 그는 '지식의 대중화와 지적 대중―지식과 지식인의 미래'에서 지난해 월드컵과 촛불 시위, 대통령 선거로 이어진 일련의 사회 현상 이면에 지식인으로부터 해방을 요구하는 대중의 움직임이 숨어있다고 분석했다.
'대중은 스스로 자신을 대변할 수 없고 다른 누군가에 의해 대변되어야 하기 때문에 늘 전문화한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 지식인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전통 지식인의 정치학이었으며 그 영역을 독점한 것은 텍스트 저자였다고 그는 지적했다. 인터넷 등 뉴미디어는 이런 지식의 정치학을 결정하는 요인을 바꿨다.
하지만 그는 최근 참여하는 대중의 모습은 이런 변화를 위한 단초를 마련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근대적 지식분업화가 부추긴 전문성 만능주의를 가로지르는 행동적 개입을 통해 전문성의 울타리 안에서 대중을 비지식인으로 규정하며 차별한 과거 지식인의 '정통성'을 깨어야 진정한 '집단적 지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에는 이밖에도 '한국 지식생산의 현 상태'(강내희 중앙대 교수) '1980년대 이후 한국 맑스주의 지식 형성의 계보학'(최형익 한신대 연구교수) 등과 '한국의 학문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올해 초 정년 퇴임한 김진균 전 서울대 교수와의 대담이 실렸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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