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용유도의 을왕리해수욕장이 서울시민의 피서지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승용차로 한 시간 안팎이면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인천 앞바다의 여느 해수욕장과 마찬가지로 원래는 배를 타고 들어가던 곳이었으나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이처럼 가까워졌다. 멋진 백사장과 울창한 솔밭, 특이한 기암절벽 등 경치가 빼어나고 숙박시설, 음식점 등 도 잘 갖춰져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20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을왕리를 찾은 정모(27)씨는 "해수욕 한번 하기 위해 자동차 안에서 몇 시간씩 허비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을왕리는 그럴 일 없는 곳"이라며 '시간절약형 해수욕'의 최적지라고 추켜세운다.
물론 시간 여유가 많거나 배를 타고 싶은 사람은 인천 월미도 선착장으로 가도 좋다. 여객선에 몸을 싣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바다를 건널 수 있기 때문이다.
을왕리해수욕장은 백사장의 길이가 1.5㎞나 된다. 수심이 얕아 200여m를 걸어나가도 물은 가슴팎에서만 찰랑거린다. 동해나 남해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서해 치곤 바닷물이 깨끗한 편이다. 모래에 자갈과 펄이 섞여 있는 게 흠이지만, 펄 섞인 모래밭을 걸으면 저절로 머드팩이 된다. 해수욕장에서 만난 우종국(64·서울 종로구)씨는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얕으며 백사장이 좋아 아이들 놀기에 그만"이라고 말했다.
을왕리에서는 낚시도 즐길 수 있다. 백사장 한쪽 편 갯바위 부근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박경근(30)씨는 "계절에 따라 우럭, 놀래미 따위가 자주 올라온다"고 소개한다. 마침 딸과 함께 낚싯대를 드리우던 백모(62)씨는 "큰 놈은 못 잡았지만 갯내음 마시며 자연과 접할 수 있어 좋다"며 을왕리 올 때 낚시 도구 챙겨올 것을 당부했다.
을왕리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역시 노을이다. 을왕리의 낙조 풍경은 서해안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피서객은 "해가 질 때 바다 위로 퍼져나가는 노을 빛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붉은 색에 취하게 된다"고 감탄했다. 백사장 오른쪽 능선 카페의 주인 박춘자(58·여)씨는 "매일 보는 노을이지만 볼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며 낙조를 을왕리의 보배라고 말한다.
반면 주차공간이나 편의시설이 부족, 피서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시급히 개선해야할 부분이다. 대표적인 것이 물 부족. 오후 8시가 지나면 백사장 부근 중앙 급수대에서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는다. 밤중에 물을 마시거나 몸을 씻으려는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길이 나빠 차가 많이 몰리면 심한 교통 정체를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우종국씨는 "도로 좁은 건 흠이지만, 조용하고 깔끔한데다 거리도 가까우니 가족 피서지로는 이만한 곳이 드물다"고 거듭 추천했다.
한편 30일 오후2시 을왕리에서는 국제댄스페스티벌, 록 콘서트, 장기자랑 등 제6회 용유해변축제가 열린다.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 을왕리 가는길
서울 영등포에서 301번 버스를 타면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을왕리에 닿는다. 동인천에서는 306번 버스를 타면 된다. 요금은 각각 2,400원.
인천 월미도에서 여객선을 타고 영종도에 내린 뒤 을왕리행 버스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 영종도행 여객선은 오전6시부터 오후9시30분까지 20∼30분 간격으로 운항하며 소요시간은 15분, 운임은 1,500원이다. 여객선에는 승용차도 실을 수 있다. 운임 포함 6,000원.
자가 운전자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영종대교를 지나 용유도 방향으로 돌리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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