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정치자금에 관한 특별 기자회견을 갖기로 한 것은 최근 이 문제와 관련된 정치권 안팎의 움직임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지난 15일 문희상 비서실장 등을 통해 '대선자금 여야 동시공개 및 검증'을 제안한지 채 일주일도 안돼 직접 나서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노 대통령은 무엇보다 대선자금 공개 제안이 또 다른 정쟁의 소재로 전락하고 있는데 대해 적잖은 우려를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한나라당의 매몰찬 거부와 '물귀신 작전'공세, 민주당 선(先)공개 움직임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많다.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선 공개'보다는 '여야 동시 공개'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구체적인 공개 기간과 범위, 검증을 위한 조사 주체 등을 추가 제안할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즉, 한나라당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에 보다 실효성 있는 구체적 제안을 함으로써 이번 제안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획기적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을 호소하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 공개대상이 되는 대선자금의 모금 및 집행 기간에 대해 민주당이 상정하고 있는 '지난해 9월 선대위 발족 이후'보다는 훨씬 넓게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대선 뿐만 아니라 6월에 지방자치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에 대선의 예비선거 성격을 부인할 수 없는 지방자치선거 비용도 당장 문제가 된다. 대선자금 공개의 출발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이냐는 여야 모두에게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현행 정치자금 제도의 문제점과 그에 따른 정치인으로서의 답답한 심경을 토로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대선자금 내역에 대해서는 특별히 밝힐 만한 내용이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다만 노 대통령 캠프에서 직접 조달·운용한 대선후보 경선 자금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는 주목된다. 또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거취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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