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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산, 韓日수교 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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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산, 韓日수교 밀사였다"

입력
2003.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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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레슬러 역도산(力道山·1924∼1963)이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성사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막후 밀사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그의 일본인 부인에 의해 제기됐다.역도산 사망 40주기를 맞아 부인 다나카 게이코(62)는 최근 출간한 자서전 '남편 역도산의 통곡'에서 이 같은 비화를 공개했다. 다나카는 일본항공(JAL) 스튜어디스로 일하다 역도산과 결혼(4번째 부인)해 1963년 12월 역도산이 사망하기까지 6개월간 부부로 지냈다.

다나카는 책에서 역도산이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뤄지기 전인 63년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비밀리에 방한했으며, 당시 중앙정보부장 등 고위 관리들과 면담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역도산은 방한 당시 체육계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만 알려져 왔다. 역도산은 또한 판문점도 방문했으며, 동행한 중앙정보부 관리와 그곳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이번에 공개됐다.

다나카는 "역도산은 레슬링 이외의 일에 대해서는 함구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모른다"고 술회했다. 그는 "남편이 공산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에 전적으로 동조하지는 않았다"면서 "남편은 남북한이 스위스 같은 영세 중립국이 되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다나카는 역도산이 63년 12월 야쿠자의 칼을 맞은지 일주일 만에 사망한 것과 관련, "병원측의 마취제 과다 투여가 사인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역도산은 복막염으로 숨진 것으로 발표됐다. 다나카는 또 "야쿠자의 칼로 입은 상처는 가벼운 것"이라며 "남편이 미 CIA 요원에 의해 암살됐다는 소문도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책에는 역도산이 전설적인 엔카 여왕 미조라 히바리와 연인관계였음을 보여주는 기록과 사진도 실려있다. 다나카는 "남편의 뜻을 기려 판문점에서 한반도 평화를 도모하는 프로레슬링 대회를 개최하고 역도산 동상을 건립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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