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남으려면 목소리를 높여라."수컷 박새는 자신의 울음소리가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을 뚫고 암컷 박새에게 들릴 수 있도록 소리의 주파수를 높였다고 영국 BBC 방송이 16일 보도했다. 인간이 초래한 환경 변화가 수천, 수만년 동안 이어져 온 새의 울음 소리를 바꾸기에 이른 것이다.
새들이 짝짓기 시기에 서로를 유혹하는 방법은 아름다운 소리로 울어 신호를 보내는 것. 하지만 도시에서는 '유혹의 신호'가 공장 기계음, 자동차 소리 등에 압도돼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짝짓기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도시 텃새인 참새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네덜란드 라이든 대학의 생물학과 연구팀이 최근 유럽 도시지역의 수컷 박새 32마리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주파수 변조를 통해 울음소리의 음조를 높임으로써 소음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 동안 생물학자들에게도 미스터리였던 '대도시에서 박새만 계속 번성하는 이유'에 대한 해답이 나온 것이다.
연구팀이 같은 시기에 조용한 시골 지역에서 조사한 박새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소리로 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시 지역 박새들이 높은 소리로 우는 것이 환경 적응의 결과임을 입증한다. 라이든 대학의 한스 슬라베쿠른 교수는 "박새만 잘 살아 남았다고 안도할 일이 아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다른 새들에게 음성 변조법을 가르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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