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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요? 그거 쉽지 않습니다/ 대흥사 한북 스님 홈피에 "출가 조언"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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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요? 그거 쉽지 않습니다/ 대흥사 한북 스님 홈피에 "출가 조언" 연재

입력
2003.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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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번 출가한 사람은 영원히 산을 잊지 못합니다. 그래서 환속한 사람조차 틈만 나면 산으로 돌아가려고 몸부림을 친다고 합니다. 출가를 꿈꾸는 사람도 마찬가집니다. 평생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십수년 전에 출가한 스님이 '출가를 꿈꾸는 사람에게'란 제목으로 이런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왜 출가하려 하는가' '은사스님을 잘 만나야' '언제 어디로 갈거나' '이런 사람은 참으세요' 등등이다.

해남 대흥사 관음암 한북 스님이 '조금 빨리 길을 간 선배가 드리는 조언'이라며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우고 있는 글은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어렴풋하게는 생각해 보게 마련인 출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북 스님은 출가가 그리 쉽지 않다는 얘기로 글을 시작했다.

"해인사 행자실에 오는 사람이 일년에 한 300명 되는데 그 중 30명 가량이 스님이 된다고 합니다. 벌써 15년 전 얘기입니다. 늙어 죽을 때까지 승복을 계속 입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왜 출가하려고 하는지를 먼저 깊이 생각하고 결심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연애에 실패해서 절에 온 사람은 옛사랑을 잊을 만하거나 새 사랑을 찾으면 환속하고, 몸이 아파서 들어온 사람은 몸이 낫고 나면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출가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시쳇말로 공짜밥 먹는 게 어디 쉬운 줄 아십니까. 참선한다고 가만히 앉아있는 게 쉬워 보여도 무척 어려운 겁니다. 한시간만 앉아 있어도 무릎이 쑤시거나 허리가 결리는 사람은 선방에 가기 어렵습니다."

절에서 하는 일치고 어느 것하나 쉬운 일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도만 해도 짧아야 한 시간이고, 하루 종일 목탁을 치고 염불을 해야 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며, 사찰이나 종단 일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능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것들 가운데 어느 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 출가 뜻을 접는 편이 좋다는 조언이다.

스님은 이어 출가의 목적에 따라 은사 스님을 잘 만나야 한다는 점, 남녀 출가자들이 갈 수 있는 사찰, 출가를 부모님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 등 출가자들이 현실적으로 부닥치는 문제에 대해 자상하게 밝힌다. '나는 왜 속세를 떠났나'라는 글에는 자신이 출가하게 된 동기와 과정을 소상히 밝히기도 했다.

이 글들은 지난해 말부터 대흥사 홈페이지에 게재되다가 지난달부터는 한북 스님의 개인홈페이지(www.misodang.com)에 연재되고 있다. 지금까지 총 7회가 실렸다. 스님은 "행자의 하루 일과를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글과 최근 불교에 대한 비판을 올바른 출가 정신으로 극복하자는 마무리 글로 시리즈를 끝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북 스님은 1989년 백양사에서 출가했으며 중앙승가대를 졸업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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