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청이 국보 2호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있는 탑골공원과 바로 인접한 곳에 불법으로 오피스텔 공사를 허가, 탑골공원이 문화재 보호의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붕괴 위험에 직면, 주변에 보호 유리가 설치돼 있는 국보 2호 원각사지 10층 석탑을 포함, 보물 3호인 원각사비 등 탑골공원내 문화재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17일 종로구청 등에 따르면 탑골공원으로부터 불과 16m 떨어진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N오피스텔 공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1월. 오래된 단층 한옥이 있던 자리에 지하 2층 지상 9층짜리 건물 공사가 진행돼 현재 8층까지 골조공사가 끝난 상태다. 그러나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2000년 12월 공사 허가를 내줄 당시 문화재보호법에 규정된 '공사 현장에 대한 문화재 발굴 지표조사 실시 명령'을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공사 현장에서 발굴된 다수의 유물이 사장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공사현장에서는 한옥 주춧돌로 보이는 석재가 발굴됐으나 문화재 가치에 대한 검증도 하지 않은 채 건설사측이 내다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현장 관계자는 "한옥 주춧돌로 보이는 물체가 발견됐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따로 문화재 발굴을 위한 조사는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문화재보호법상 국가지정문화재 외곽 경계 500m 이내 지역에서는 굴착행위를 포함,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사를 할 경우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오피스텔 건축주측은 허가없이 공사를 실시, 문화재청의 묵인 의혹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 관계자는 "탑골공원 인근 지역 건축허가와 관련된 어떤 문의도 받지 못했다"며 "문화재와 이렇게 가까운 곳에 건물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았다면 문화재 보호를 위해 건축주에게 반드시 지표조사 실시 명령을 내렸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할 종로구청도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상 문화유적이 분포해 있거나 문화유적과 가까운 지역의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문화재 보존 발굴을 위해 지표 조사를 명령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공사 허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건축주가 종로구의회 N모 의원인 것으로 알려져 종로구가 법규를 무시하고 건축허가를 내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구청 업무지침에는 지표조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라는 규정이 없어 이를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원각사복원위원회 대표 석보리 스님은 "탑골공원 50m 이내 지역에는 4층 이상의 건물이 들어서지 않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 건물 공사가 시작된 후 노후한 주변 건물들이 고층 건물로 재개발 되면서 탑골공원의 문화적 가치가 훼손되고 귀중한 문화재들이 사장되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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