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서울 성동구 금호동 A아파트로 이사를 온 주부 신모(39)씨는 최근 고민 끝에 노원구 쪽으로 이사를 가기로 결심했다. 2년 뒤에는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고등학교로 진학을 해야 하는데, 거주 인구만 35만명에 달하는 성동구 관내에는 남자 고등학교나 남녀공학고교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신씨는 "그동안 상당수 학부모들이 서울시교육청 등 관계기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들의 통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사를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1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는 189개의 인문계 고교가 있지만 성동구에는 한양대 부속여고와 무학여고 등 여고 2개만 있다. 이 때문에 남학생들은 '선 복수지원 후 추첨 배정' 방식에 따라 등교하는데만 최대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종로구의 경신·중앙·경복고, 중구 장충·성동·환일고, 용산구 배문고 등 도심 지역 18개 학교에 우선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원이 넘쳐 추첨을 실시해 탈락하게 되면 통학 시간이 1시간이 넘는 서대문구나 마포구의 인문계 고교에 배정되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이 때문에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최근 '성동구에 고등학교를 세워달라'는 성동구민들의 호소성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는 "구민들이 정든 동네를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뚝섬 부지나 하수종말처리장 부근 토지에 고등학교를 세워 달라" "학교가 없어 집값이 다른 데보다 상대적으로 낮으니 대책을 세워달라"는 등의 민원이 매월 10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성동구의 '남자고교난' 해결을 위해 내년 3월 성수1동에 남녀공학인 성수고를 개교할 계획이지만 남학생의 경우 170여명만 수용할 수 있어 각각 1,600여명, 1,800여명에 달하는 성동구 관내 중3, 중2 남학생을 수용하기는 역부족이다. 또 인근 광진구의 5개 남자고교(남녀공학 포함)도 이미 포화상태라 이들을 받아들일 여력이 없어 성동구 남학생들의 '통학전쟁'은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성동구청은 서울시가 발표한 뉴타운 개발계획을 통해 왕십리에 고교를 세우자고 요청했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시교육청과 성동구 관계자는 "실업고를 인문계 고교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했고 학교부지를 따로 찾기도 했지만 쉽지가 않다"며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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