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민주당 퇴장 속에 대북송금 특검법안을 단독 통과시키고, 청와대가 거부권 행사를 분명히 한 것은 이번 특검이 무산될 것임을 예고한다. 누가 봐도 실현되기 힘든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그 과정에서 내용이 엎치락뒤치락한 것은 특검의 정략화를 의미한다.한나라당은 홍사덕 총무의 단독결정으로 조사범위를 '150억원+α'로 한정시킨 특검법을 법사위에서 전격 통과시켰다. 그러나 홍 총무는 당내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고 한정특검법은 이내 뒤집혔다.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위한 고폭실험을 했다는 보고가 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 부분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여기에는 홍 총무의 결정을 독단이라고 보는 최병렬 대표의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국회운영을 둘러싸고 대표와 총무간에 힘겨루기가 있지 않았나 짐작되는 대목이다.
민주당도 고폭실험까지 조사대상에 포함된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을 방조했다. 처음에는 원천봉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나, 거부권 행사가 분명해지자 반대발언만을 하고 퇴장, 단독 통과의 길을 열어주었다.
대북송금 특검은 아무리 남북문제라 할지라도 국민이 알 것은 알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활동시한 연장요구가 거부된 후의 특검은 그 자체가 정쟁의 중심이 됐다. 청와대는 새 특검법 통과 이전부터 거부권 방침을 공공연히 밝혔고, 한나라당은 이를 충분히 알면서도 내용을 두 번이나 바꾸었다.
노 대통령이 예정대로 거부권을 행사하고, 한나라당이 이에 반발하면 정국은 경색을 면치 못할 것이다. 대통령과 원내 절대과반을 가진 거대 야당이 충돌하면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치권은 특검을 더 이상 정략적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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